中당국, 정계진출 차단하자 ‘경제권력’으로 변신
입력 2013-12-04 01:50
태자당은 왜 금융계 진출하나
중국의 고위지도부 자제(태자당)가 금융계에 많이 진출하는 이유는 특유의 정치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2세 정치인이 많았던 중국은 1990년대 이후 태자당의 정계 진출을 금기시했다. 권력의 대물림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7년 8월 공산당은 태자당 출신의 정계 진출 제한과 승진을 늦추도록 결정하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는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朱云來·래빈 주) 역시 자의반타의반으로 홍콩에 가게 된 것이다. 그는 원래 난징기상학원 대기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기상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금융맨으로 변신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본격적으로 중국 기업이 뉴욕이나 홍콩 등지에서 기업공개(IPO)가 많아지면서 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태자당에게 금융계 진출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특히 중국 기업의 상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2005∼2008년에는 태자당을 잡기 위해 대학을 갓 졸업한 풋내기에 대한 입도선매 경쟁이 벌어진 적도 있다.
금융계 진출이 태자당에게도 나쁠 게 없었다. 비록 정치권력을 차지하지는 못하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돈’이라는 또 다른 권력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진출해 엄청난 연봉과 함께 성공했다는 이미지도 심을 수 있다. 실제로 리루이환 전 정협 주석의 아들 리전즈는 2004년 연봉 1000만 달러에 UBS로 스카웃되기도 했다. 그의 경력은 메릴린치에서 일한 1년이 전부였다.
만다린 캐피털의 창업자인 알베르토 포르키엘리는 “당 간부 자제가 의학이나 건축이 아닌 금융을 배워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것은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금융계는 4개 파벌이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베이징과 상하이, 남방, 외자군단 등으로 불린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중진공사)와 중신증권 등은 모두 정치 중심지 베이징을 연고로 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적 연고를 배경으로 덩치가 큰 IPO를 독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윈라이 역시 중진공사에서 대형 IPO를 성공한 바 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