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꼭 유념해야 할 일
입력 2013-12-04 01:47
환율 하락에 철저 대비하고 수출구조 쏠림현상도 개선을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30억 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하며 경상수지 흑자대국인 일본을 처음으로 따라잡을 전망이다.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에너지 수입이 급증하면서 상품수지 적자폭이 늘어나는 바람에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감소일로다. 문제는 우리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늘어나면서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압박이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몇 차례 위기를 치른 바 있는 우리로서는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가 자랑스러운 측면이 적지 않다. 2003년 카드사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외환 부족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 확대를 마냥 흐뭇하게 바라볼 수는 없다. 과거 국제사회가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 확대와 더불어 엔고 압박을 강화한 바 있었음을 새겨봐야 한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늘어난 것은 상품수지 흑자가 꾸준히 증가한 덕분이다. 오랫동안 그랬듯이 수출이 한국경제에서 여전히 제몫을 감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 들어 수출은 월별 동향이 들쭉날쭉한 경향이 있어 약간 부정적인 견해도 없지 않지만 수출이 경제 회복과 성장의 견인차로 기능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컨대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수출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지난해 51.0%로 내수 부문을 앞서고 있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보면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온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따른 환율 인하 압박과 수출 주도형 성장 구조의 문제점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더구나 현 상황은 수출입국 한국경제의 장점 덕분에 빚어진 문제일 뿐 아니라 해법 여하에 따라서는 경제체질 개선의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하락 문제만 하더라도 더 이상 외환 당국의 개입 정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수출과 내수의 괴리상태 역시 방치해둘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재 102∼103엔에 무멀러 있는 엔·달러 환율에 대해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 9개사의 1년 후 평균 전망치는 110.89엔이다. 엔저는 내년에도 계속된다는 얘기다. 주요 수출품목의 반 이상을 일본 상품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수출기업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적지 않은 애로가 예상된다. 환율 급락을 최소화하려는 외환 당국의 개입을 감안하더라도 수출기업 자체의 상품경쟁력 향상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수출에 적잖은 애로가 예상되는 만큼 수출 견인형 경기회복 및 성장전략에도 한계를 노정한 셈이다. 차제에 우리 수출 구조의 이면에 노정돼 있는 이른바 쏠림 현상, 예컨대 대기업 위주의 수출, 중국에 치우친 교역 구조를 바꿔가야 한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내수와 수출의 밸런스 구축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수출 애로가 자칫 경제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