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채군 정보유출 경위 샅샅이 밝혀야
입력 2013-12-04 01:38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婚外) 아들 의혹과 관련, 청와대 행정관이 서울 서초구청 간부를 통해 개인 정보를 빼낸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채 전 총장의 사퇴 배경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이 재연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여권이 채 전 총장을 ‘찍어내기’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모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6월 11일 서초구청 조이제 행정지원국장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알려주면서 정확한지 확인 요청을 한 것은 사실로 여겨진다. 이틀 뒤 조 행정관으로부터 감사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는 조 국장의 발언도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조 행정관의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최고 권력기관의 직원이 이를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의혹이 커지는 이유는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서로 잘 아는 사이라는 점 때문이다. 세 사람이 국정원 정보로 채 전 총장의 약점을 잡아 뒷조사를 했을 개연성이 없지 않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할 시점에 이런 행위를 했다는 점 또한 의혹을 더 키우게 한다. 당시 채 전 총장은 청와대와 법무부 등으로부터 선거법을 적용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행정관이 소속된 총무비서실의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이재만씨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일이다. 이씨 밑에서 청와대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 도대체 뭘 하려고 직무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확인했는지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청와대 배경설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조 행정관이 개인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라면 원 전 원장 구명 차원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실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이 문제가 불거진 지 여러 날 지났음에도 아직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는 사태가 엄중함을 인식하고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조사해 사실관계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자칫 축소하거나 은폐하려 할 경우 박 대통령이 직접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검찰 역시 조 행정관의 배경을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새 총장을 맞은 상황에서 조직의 명운을 걸고 엄정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청와대와 관련된 문제라고 해서 좌고우면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