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인 출판기념회 모금, 규제하고 과세하라
입력 2013-12-04 01:28
정치인들의 편법적인 모금 창구나 다름없는 출판기념회가 성시(盛市)를 이루고 있다. 중앙과 지방, 여야가 따로 없이 출판기념회 대열에 뛰어든다. 국민 눈에는 출판기념회를 열지 못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인다.
지난 9월 국회 예결위원장인 이군현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과 지방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정치, 행정부, 경제계 인사들이 눈도장을 찍기 위해 출동했다. 일부 국회 상임위원장들과 여야 의원들도 출판기념회를 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감사와 예산심의라는 막강한 권한을 앞세워 ‘갑질’에 여념이 없다.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않고 식물국회를 만든 정치인들이 이러면 안 된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고,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문재인 의원은 오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문 의원도 이 행사를 통해 책값을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얼마나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참석해 책을 살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방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유력한 예비 후보들이 지난달 출판기념회를 열었고 이달에도 전국 여러 곳에서 출판기념회 일정이 잡혀 있다. 지방 출판기념회장에도 많은 이들이 참석해 권당 5만원 이상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거 90일 전까지는 출마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기 때문에 내년 3월 초순까지는 행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인들의 출판의 자유를 무조건 막자는 것은 아니다. 탁월한 식견과 심오한 철학을 담은 책을 정가에 판매한다면 시비 걸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과장·왜곡된 정치활동이나 신변잡기를 다룬 잡서(雜書)를 안기고 정치자금을 챙기는 행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누가 봐도 부당하게 돈을 걷는 행사장으로 전락한 출판기념회의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 출판기념회의 모금 한도를 정하고, 기부자와 기부금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옳다. 모금액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