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건 때도 흔들림 없었던 건 튼튼한 조직의 힘”

입력 2013-12-04 01:34


저자와 대화 -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다’ 박은조 목사

개혁 성향의 보수 교단 목회자, 교회 분립 개척 운동가, 선교 전문가 그리고 아프간 피랍. 박은조(61) 목사를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박 목사는 세간에는 2007년 아프간 피랍 사태의 당사자격인 ‘샘물교회 목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교회 분립 개척을 비롯해 건강한 교회 세우기에 더 관심이 많은 목회자다.

박 목사는 1982년 서울 영동교회 시무를 시작으로 98년 분당 샘물교회, 그리고 지난해 은혜 샘물교회를 개척하기까지 총 12개의 교회를 분립 개척했다. 그 가운데 두 번은 박 목사 자신이 분립 개척했다. 그의 ‘건강 교회론’은 분당 샘물교회에서 자리를 잡았다. 목사·장로 임기제를 시작으로 공개적 재정관리, 가정교회 개념의 목장제도 운영, 교회 재정 30∼50%를 장애인·구제·선교에 사용 등이다. 여기엔 서울 영동교회 시절부터 도입했던 ‘목회자·교회직원 사례비 균등제’ 등도 포함돼 있다.

◇건강한 교회의 조건=지난달 29일 경기도 성남시 운중동 판교샘물교회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분립 개척에 열정을 나타냈다. 현재 은혜샘물교회와 함께 두 교회를 맡고 있는 그는 내년에는 교회를 합쳐 샘물연합교회로 출발한다고 밝혔다. 박 목사에 따르면 최근 두 교회 공동의회는 샘물연합교회의 1, 2, 3부 예배를 각각 1교회, 2교회, 3교회로 부르기로 하고 각 교회가 여건이 되면 독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른바 지교회 또는 캠퍼스교회를 지양하고 담임목사와 재정을 철저히 독립시킨다는 계획이다. 박 목사는 최근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다’(생명의말씀사)를 펴내고 30년 목회 사역을 정리했다.

흔히 교인들에게 신뢰를 얻은 담임목사가 분립 개척해나갈 경우 위험이 따른다. 목사를 따르는 교인들이 많을 경우 교회가 분열될 수 있는 우려다. 하지만 박 목사에겐 큰 잡음이 없었다.

“건강한 교회는 교회 구조와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분당 샘물교회의 경우 부목사가 교구를 맡는 게 아니라 가정교회 평신도 리더들이 성도들을 섬겼습니다. 리더당 5가정 이상 맡기지 않았고 12명이 넘을 경우 새로운 목장을 만들었습니다.”

박 목사가 지난해 4월 은혜샘물교회를 분립 개척하기 전까지 분당샘물교회는 목장만 300개가 넘었다. 소그룹 리더만 300여명이 넘었고 이들은 교회의 튼튼한 허리 역할을 수행했다. 그래서 2007년 아프간 피랍 사태가 터졌을 때도 교회는 흔들리지 않았고 박 목사가 분립 개척을 위해 떠났어도 요동하지 않았다.

박 목사는 “교회 규모보다 건강한 교회가 먼저”라며 “교회가 크든 작든 건강하면 영향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1만명 모이는 교회보다 1000명 모이는 교회가 공동체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더 낫다고 봤다. 하지만 대형교회 무용론을 제기하거나 작은 교회를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박 목사는 “대형교회 역시 구역이나 소그룹을 통해 공동체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건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교회도 선한 영향력 가능=박 목사는 작은 교회의 건강함과 선한 영향력을 기독교학교에서 찾았다. 그는 2006년 3월 샘물초등학교를 시작으로 2009년엔 샘물중학교를, 지난해에는 샘물고등학교 개교에 힘썼다. 한 교회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과정의 학교를 운영하는 한국 최초의 기독교학교가 된 것이다. 박 목사는 기독교학교를 통해 성도들의 자녀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책에는 아프간 피랍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도 꺼내놓았다. 질문과 답변(Q&A) 형식으로 된 글은 ‘왜 아프간에 갔는가’ ‘왜 정부가 만류했음에도 그곳에 갔는가’ 등 5개 오해에 대한 설명을 달았다. 특히 사건 초기부터 회자됐던 ‘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갔나’는 비난에 대해 박 목사는 “교회는 정부로부터 어떠한 경고나 공문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당시 이 루머의 진원을 찾는 한 언론 기사를 첨부했다. 기사에는 외교통상부 공보팀, 재외국민보호과 담당자가 각각 ‘금시초문’ ‘그런 사실이 없다’로 밝힌 내용이 언급돼 있다. 피랍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각 분야에서 샘물교회를 돕던 크리스천의 이야기도 이채롭다.

성남=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