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행복한 식탁
입력 2013-12-04 01:35
지난 토요일 저녁 우리 집은 웃음소리와 즐거운 대화로 시끌벅적하였습니다. 열 명의 손님이 우리 집에 초대되어 함께 식탁에 앉아 만찬을 즐겼기 때문입니다. 나와 아내는 음식을 만들고 정성껏 손님들을 대접했습니다. 일곱 가지 정도의 코스 요리와 후식까지 준비된 식탁에 초대된 손님들은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이런 행복한 식탁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식탁에 초대된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 교회에 등록한 성도들입니다. 지역 특성상 심방 수요가 적어 목사가 성도들 집에 찾아가는 일은 많지 않아도 목사의 집을 열고 함께 교제하는 편을 선택한 지 벌써 20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삼십 명씩 함께했는데 집도 좁고 많은 인원이 함께 교제하기가 어려워 열 명 정도가 자주 모이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이 만찬을 위해 예쁜 그릇을 준비하고 커피도 최고의 것을 찾아냈습니다. 분주하게 장을 보고 하루 종일 요리를 준비하는 시간은 목사 부부에게 즐거운 시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이 식탁 준비는 오직 목사 부부만의 몫입니다. 그리고 초대된 분들은 우아하게 앉아서 목사의 섬김을 받으면서 만찬을 즐기게 됩니다.
이 식탁만의 특별한 행복이 있습니다. 목사 집에 초청되어 목사의 섬김을 받는 성도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어느새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바라보는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합니다. 웃음소리와 정다운 대화에서 천국을 보는 듯합니다. 목사 부부와 친밀해지고 함께 식탁에 앉은 성도들은 오랜 친구인양 가까워집니다. 성도들을 대접하는 이 식탁은 목사로서 대접받는 어떤 화려한 식탁보다 더 큰 행복을 느끼게 해줍니다. 주님께서 마태나 삭개오의 집에서 나누신 식탁에도 이런 즐거움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목사의 집을 열고 앞치마를 둘렀더니 성도들의 마음도 열렸습니다. 진정한 하나됨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에 가족을 의미하는 ‘식구’라는 것이 있습니다. 함께 식탁에 앉는다는 의미겠지요. 매달 갖는 목사 집의 만찬은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가족임을 확인하는 시간이고 앞으로 천국에서 주님이 준비하신 식탁에 앉을 예비모임 같기도 합니다.
교회생활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라하고 궁색맞아도 따뜻함이 있던 모습은 세련되고 화려한 예배당 모습 뒤로 점차 사라지는 때에 천국의 즐거움이 가득한 식탁을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그래서 더욱 간절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긴 세월 끊임없이 이 식탁을 준비하는 아내도 매우 즐거워합니다. 힘들기만 하면 노동일 텐데 보람을 느끼기에 행복으로 다가가는 모양입니다. 아울러 목사 부부가 서로의 친밀함과 사랑을 더 많이 느끼게 되는 것은 또 다른 보너스입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