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색약입니다… 시각장애인 답답함 너무 잘 알죠

입력 2013-12-03 01:28


‘아이링’으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콘셉트 부문 대상 수상한 정용씨

정용(25·건국대 산업디자인과4)씨는 ‘적록색약’이다. 적색과 녹색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색감(色感)’이 중요한 미대 진학을 위해 정씨는 물감과 색연필에 색깔 이름을 적어가며 공부했다. 이런 방법이 답답했던 그는 “색깔 몇 개만 헷갈려도 이렇게 불편한데 앞이 안 보이면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초소형 스캐너 ‘아이링(Eye ring)’은 정씨의 고민이 낳은 결과물이다. 같은 과 후배 최소윤(23·여)씨와 합심해 내놓은 아이링은 평소엔 반지로 끼고 다니다 책을 읽을 때 반지를 돌려 손가락 첫 마디에 끼우고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반지 윗부분에 달린 스캐너를 아래로 향하게 한 뒤 책에 적힌 글자를 스캔하면 반지 안쪽에 설치된 점자 돌기가 글자에 맞게 차례로 튀어나와 손가락으로 점자를 인식할 수 있다. 점자 구현뿐 아니라 음성 지원도 가능하다. 반지 모양으로 디자인된 초소형 스캐너인 셈이다.

이들의 노력은 결실을 이뤘다. ‘아이링’은 지난 10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시상식에서 콘셉트 디자인 부문 대상(Best of the best)을 수상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독일 노르트하임 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에서 주관한다.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 디자인 어워드’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제품·커뮤니케이션·콘셉트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하는 이 대회에는 올해 56개국에서 4394개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아이링은 세련된 모양과 함께 분실 위험이 적고 사용하기도 편해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씨는 “아이링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지’라는 부제를 붙였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