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건전 거래 주범은 슈퍼개미

입력 2013-12-03 01:31


주식시장에서 각종 불건전 주문으로 질서를 해친 투자자들은 대부분 ‘큰손’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큰손들은 특정 종목에만 조용히 집중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세조종 혐의를 받은 개인 투자자 중에는 연간 1조1000억원에 달하는 거래대금을 기록한 이도 있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불건전주문이 적발된 ‘예방조치계좌’는 3031개로 집계됐다.

예방조치란 거래소와 증권사들이 주식시장을 모니터링하다가 특정 투자자가 불공정거래를 하는 것으로 판단했을 때 유선으로 경고를 전달하고, 반복되면 수탁거부를 하는 조치를 말한다. 거래소는 시장감시규정에 따라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으로 제출하는 행위(허수성 매매주문), 동일인이 동일 종목의 매도·매수주문을 동시에 내 주식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행위(가장매매), 2인 이상 공모해 가장매매하는 행위(통정매매) 등을 불공정거래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시세조종 혐의가 적발돼 금융감독원에 통보된 ‘시세조종혐의계좌’는 1379개였다. 예방조치계좌와 시세조종혐의계좌를 합친 불건전거래계좌 4410개는 그 수가 시장 전체의 0.11% 정도에 해당했지만, 거래대금으로 따져보면 4.65%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 대다수인 3897개(88.37%)가 개인투자자의 계좌였다. 자금력과 정보력이 뛰어난 기관 계좌는 361개, 외국인 계좌는 79개로 조사됐다.

거래소 조사 결과 주식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 주범들은 ‘슈퍼개미’였다. 예방조치를 받거나 시세조종 혐의를 받은 계좌는 대개 거래대금 규모가 큰 투자자들의 소유였다. 전체 거래대금 상위 5%에 드는 거래 가운데 예방조치를 받은 계좌는 62.68%, 시세조종혐의를 받은 계좌는 51.63%에 달했다. 반면 거래대금 기준으로 하위 50%에 속하는 계좌 가운데에서는 예방조치(1.15%), 시세조종혐의(6.24%)를 받은 비중이 현저히 낮았다. 예방조치를 받은 개인 투자자의 계좌 중에서는 1조1000억원을 거래한 계좌가 발견되기도 했다.

불건전주문이 빈번한 투자자들은 시장 평균보다 훨씬 많은 종목을 거래하고 있었다. 거래소 황의천 예방감시부장은 “예방조치계좌는 평균 105.12개, 시세조종혐의계좌는 평균 61.70개로 시장 평균(15.75개)보다 훨씬 많은 종목을 거래했다”며 “최대 1585개를 거래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평균보다 많은 시간을 주식 매매에 투자한 것도 불건전 투자자들의 특징이었다. 평균적인 투자자는 지난해 248거래일 중 거래에 나선 일수가 29거래일이었던 반면, 예방조치계좌에 해당하는 투자자들은 107거래일을 거래했다.

황 부장은 “불건전 주문자들은 간헐적 거래자가 아니라 대개 빈번한 시장 참여자였다”며 “악의적인 시장 참여자들에 대해서는 퇴출 등 강력한 억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