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 “법관 양심과 주관적 신념 혼동해선 안돼”

입력 2013-12-03 01:26


양승태 대법원장은 2일 “자기 혼자만의 독특한 가치관이나 주관적 신념을 법관의 양심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법관은 자신이 공감받을 수 없는 독선이나 아집에서 헤매는 것은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하급 법원에서 국민의 일반적 법상식과 괴리가 있는 ‘튀는 판결’이 잇따르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면서 사법부 전체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에 대한 ‘경계’의 뜻을 담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조경력자 신임법관 11명의 임명식에서 “법관이 따라야 할 양심은 건전한 상식과 보편적 정의감에 기초한 법관의 직업적 양심을 뜻하는 것”이라며 “얕은 정의감이나 설익은 신조를 양심으로 내세우다가는 오히려 재판 독립이 저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관은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에서 각자가 전체 사법부를 대표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재판 독립을 수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원 판결에 대한 외부의 지나친 공격에도 우려를 표했다. 양 대법원장은 “관용과 타협의 정신이 퇴행하고 계층적 갈등과 이념 대립이 격화되는 사회 풍조 속에서 근거 없는 억측이나 편향된 시각으로 재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법관을 부당하게 공격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굴의 용기와 결연한 의지로 재판 독립의 원칙을 지켜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 대법원장은 “법관은 결코 ‘군림하는 자’가 돼서는 안 된다”면서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 선생께서 ‘법관으로서 본분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사법부를 용감히 떠나라’고 갈파하신 뜻을 잊지 말아 달라”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