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줄서기의 계절? 인사 앞둔 경찰 뒤숭숭

입력 2013-12-03 01:27

치안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이지만 경찰 조직의 분위기는 여느 때보다 뒤숭숭하다. 곧 단행될 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루머가 난무하는 등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경찰 등 정부 분위기를 종합하면 이달 안에 경찰청장(치안총감)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을 비롯해 치안감, 경무관 인사까지 이뤄질 전망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임 시그널을 받은 것으로 평가돼 5개뿐인 치안정감 자리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경찰 인사는 상위 계급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져 ‘윗분’의 거취에 따라 ‘아랫사람’들의 운명도 달라진다. 눈치 보기와 줄서기로 바쁜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 설(說)에 흔들리지 않고 직분만 충실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현재 치안정감급 중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은 안재경 경찰청 차장, 김정석 서울청장, 신용선 부산청장, 이만희 경기청장, 이금형 경찰대학장(치안정감 승진후보자) 등이다. 서울청장과 부산청장은 정년과 관례에 따라 자리를 비워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나머지는 오리무중이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철규 전 경기청장이 복귀를 희망하고, 현 정권에 발탁돼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으로 근무 중인 강신명(경찰대 2기) 치안감까지 레이스에 가세한 것으로 알려져 관측이 더욱 어려워졌다.

여성·고졸·순경 출신으로 신화를 만들어낸 이 학장이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승승장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논문표절 의혹이라는 돌발 악재를 만났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이날 이 학장이 2008년 작성한 박사학위 논문 ‘비행청소년에 대한 경찰의 다이버전 정책에 관한 연구’에서 다른 논문을 통째로 옮긴 부분이 모두 11개 단락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학장은 “인용 출처를 일부 빠뜨렸고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도덕성 흠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이 학장은 경찰대·간부후보 출신 등 조직 주류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고 있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이 학장과 함께 김종양 경남청장(치안감) 등 고위 간부들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 조직은 크게 술렁거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