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장 등 임명 강행] 朴의 정면돌파 의지, 국정공백 메웠지만 ‘정치 공백’은…

입력 2013-12-03 03:28

박근혜 대통령이 2일 헌법·자유민주주의 부인을 언급하며 “그런 생각은 엄두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야권의 대선부정 움직임과 국정 비협조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야당이 반발하고 여야 4자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감사원장, 보건복지부 장관,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은 황찬현 감사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나라가 한 단계 발전하고 국민이 더 잘 살려면 경제정책으로 되는 게 아니라 그런 것(헌법과 자유민주주의 부정)이 바로 잡힌 바탕 위에서 다른 일들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며 “이게 바로 잡히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도약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자기 이해관계에 부딪치게 되면 아주 법치를 무시하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해 “반민주적 폭거”라고 한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염두에 둔 듯 “아무리 이런저런 갈등이 있다 하더라도 헌법을 무시하거나 자유민주주의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돌직구성’ 발언이 공교롭게 여야 지도부의 ‘정국 정상화 4자회담’ 와중에 나왔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날짜가 겹친 건 우연이지만, 야당을 향해 “정부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날린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해서다. 더 이상은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부처 수장을 임명하는데 다른 정치적 고려는 하지 않는다”고 임명 강행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오늘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회담하는데, 이 부분은 좀 다르기 때문에 그 회담에 특별히 영향을 줄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황 원장과 문 장관, 김 총장 등이 업무에 나서는 대로 그동안 미뤄온 각종 주요 국정 사안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사회 다잡기 드라이브를 통해 정부 전체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문 장관에게는 여전히 진행 중인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안 논란을 빠른 시일 내 잠재우도록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또 특검을 요구하며 정치공세에 나선 야당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김 총장 임명을 통해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불편부당하게 마무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문 장관에 대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와중에 던져진 이번 ‘임명카드’는 대치정국을 더욱 경색시킬 전망이다.



특히 여야가 합의하면 따르겠다고 밝혔던 박 대통령이 어렵게 성사된 4자회담 개최일에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거센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관측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