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현성] 한국사회의 공익신고제도
입력 2013-12-03 01:37
과거의 부패는 사적 이익을 위한 공권력의 남용으로써 주로 공공부문이 논쟁거리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부패는 유엔 반부패 협약에서 보는 것처럼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까지 논의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공공부문의 경우 부패방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수 있겠지만 민간부문의 경우 자율적 시장주의라는 원칙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역할은 상당 부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간부문이 복잡·다기화되는 현실에서 행정기관이 민간부문의 부패 행위를 적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2011년 시행된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이러한 취지에서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법 시행 이후 2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이 제도 운영의 공과를 살펴보는 것은 향후 제도의 방향을 검토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공익신고자를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 운영하고 원전비리 신고자에 대한 특별 책임감면 조치가 한국수력원자력 지침에 반영된 것은 공익신고 제도를 담당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운영기반 확대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지원협력 사업은 권익위만이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공익신고와 관련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공고히 한 사례도 있다. 쓰레기 소각시설의 배출 농도를 낮추기 위해 고의로 염화수소 자동 측정장치(TMS) 조작을 강요당한 사실을 신고한 하도급 업체 직원들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형사처벌이 면제됐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제도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미비점 등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산업기능요원이 자신이 근무하는 업체의 근로자들이 방사선 피폭 환경에 노출되었다는 신고는 동료들의 안전을 지켜주었지만 신고자는 440일 병역근무 연장 처분을 받았다. 현행 법령상 공익신고자의 책임 감면과 관련해 불리한 행정 처분을 감면해줄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어 신고자가 보호받지 못한 것이다. 또한 제도적으로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180개 법률로 제한돼 있고, 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의 이행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문제들이 제기됐다.
다행히 최근 국회에 제출된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보면 이행강제금 도입 등 공익신고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기존 법률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특히 입법예고한 적용 법률 100개를 모두 정부안에 반영한 것은 소관 법률부처 전부와 합의를 해야 한다는 정부 입법 과정의 난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제도를 발전시킨다고 해도 우리 사회인식이 제도를 따라오지 못하면 당초 의도한 제도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권익위의 보호조치 결정에 대한 사법부 판단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공익신고자에 대한 인식 부족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일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노스는 발전한 서구 선진국들과 저발전 국가들의 차이가 무엇인지 연구했다. 그는 각 국가에서 진화되어 온 제도에 대한 분석이 그 해답을 제공한다고 보았으며 선진국일수록 제도를 통해 불확실성을 낮추는 경향이 높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노스 연구 결과는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가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사회적 제도의 이행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 비용을 낮춰주는 제도라는 함의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익신고자 보호 제도가 우리 사회의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김현성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