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예산안, 與 단독처리해도… 세수 1조 구멍 우려

입력 2013-12-03 02:42

국회가 여야 간 극한 대치로 새해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2일까지 예산안을 상정조차 못했다. 자칫 국회가 올해 안에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예산안 단독 처리 기류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세법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내년도 세입 예산 중 1조원 규모의 ‘세입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입 구멍 현상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동시에 처리했던 관행이 국회선진화법 도입에 따라 분리 처리될 수 있도록 바뀌었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산안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회부되는 일반 법안과 달리 예결위에서 곧바로 본회의에 회부되기 때문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반면 예산부수법안은 국회선진화법의 적용을 받는다.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만 처리하더라도 부수법안은 남겨지는 사태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법 개정을 전제로 제출된 예산안을 미리 심사할 수 없도록 규정한 국회법도 ‘부수법안 없는 예산안’ 성립의 근거가 된다.

국회법은 ‘예산안·결산의 회부 및 심사’ 조항에서 “예결위는 세목 또는 세율과 관계 있는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을 전제로 하여 미리 제출된 세입예산안은 심사할 수 없다”고 적시하고 있다. 세입예산의 근거가 되는 세법개정안은 ‘개정을 전제로 한 법안’에 해당한다. 세법개정안을 미리 처리하든지, 아니면 아예 포기하고 올해 세율로 세금을 걷든지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여당의 예산안 단독 처리는 여야 합의 도출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부수법안은 당연히 합의 처리가 불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세법개정안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때문에 새누리당이 단독 처리를 위해 다른 예산부수법안들을 모두 포기하고, 세법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포기하거나 연기하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도출된다.

이럴 경우 세수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기업의 R&D 투자분에 대한 세금 감면을 축소하는 법인세법 개정안, 각종 비과세·감면을 축소하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의 세법개정안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세수 규모를 1조원 정도로 예측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러 예산안 심사에 착수한다 해도 양측의 이견이 커 연내 처리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은 부자증세를 기반으로 한 복지예산 증액 원칙을 세워놓은 반면 여당과 정부는 증세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유동근 이성규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