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업은 디플레 걱정… 서민은 체감과 달라 한숨
입력 2013-12-03 01:41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00년대 들어 가장 오랜 기간 2% 미만을 맴돌았다. 그러나 낮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활짝 웃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고착화되는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가계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밥상머리 반찬에 낮은 물가지표를 체감하지 못한다.
통계청은 2일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9% 오르는 데 그쳐 3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2.1% 이후 13개월 연속 2% 미만을 기록했고, 지난해 5월 이후 19개월 연속 한국은행이 정한 물가관리 범위인 2.5∼3.5%에 미치지 못했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미만에 그치면 최장기 연속 2%대 미만 물가상승률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종전 기록은 1999년 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14개월이다.
정부는 지난달 저물가의 원인으로 농산물 가격과 유가 하락을 꼽았다. 농산물은 본격 출하기를 맞아 공급이 늘었고, 유가는 환율 하락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는 향후 농축수산물·석유류 가격이 점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1%선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장기간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일부에선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디플레이션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하락하면서 경제주체가 소비보다는 저축을 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게 돼서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앞으로도 물가가 계속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계속 미루기 때문에 경기가 지속적으로 둔화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물가 하락은 농축수산물·석유류 가격 하락이 큰 원인이라 디플레이션과는 거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농축수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 상승했고 지난해 3월 이후 1%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어서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농산물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 내렸고 10월보다는 2.6% 떨어졌다. 품목별로는 배추(-34.5%), 돼지고기(-5.3%), 사과(-6.7) 등이 전월보다 많이 내렸다. 그럼에도 살림살이는 팍팍하기만 하다. 지난달 집세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택시비도 15.3% 뛰었다. 전기요금 역시 지난달 발표된 전기요금 인상으로 4.7% 상승했다. 정부는 체감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지표를 개편하는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