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접전 프로배구 용병에 웃고 울고…

입력 2013-12-03 01:33

올 시즌 프로배구가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접전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2일 현재 프로배구 남자부는 선두 삼성화재(6승2패·승점17)에서 4위 현대캐피탈(5승3패·승점15)까지 상위 4개팀이 승점 2점차로 몰려 있다. 예년에 없던 초반 접전이다. 지난 1일 전통의 명가 라이벌전에서는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를 꺾으면서 배구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번 시즌 프로배구가 평준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용병들의 기량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적 수준의 공격수가 없는 한국배구는 용병의존도가 그 어느 국가보다 높다. 따라서 기량이 출중한 용병을 보유한 팀은 우승확률이 높아져 각 팀이 앞다퉈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데 혈안이 돼 있다.

남자부 삼성화재가 최근 6년 연속 챔피언에 오른 데는 안젤코, 가빈, 레오라는 걸출한 용병의 활약이 있었다. 현대캐피탈도 루니가 활약했던 2005∼2006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우승하며 배구 명가 반열에 올랐다. 삼성화재가 용병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몰빵배구’란 시샘어린 비판도 받고 있지만 이번 시즌들어 각 팀은 삼성화재를 벤치마킹하는 양상마저 보였다.

지난 시즌 삼성화재가 무명의 레오를 앞세워 또 다시 우승하자 다른 팀들은 일제히 레오를 꺾을 대항마를 물색하고 나섰다. 맨 먼저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고도 삼성화재에 무릎을 꿇은 대한항공은 레오와 같은 쿠바 출신 마이클을 데려왔다. 명가 재현을 꿈꾸는 현대캐피탈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2년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아가메즈(콜롬비아)를 영입했다. 마이클은 쿠바에서 명성이 레오를 뛰어넘는 검증된 공격수인데다 아가메즈는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세계 3대 공격수라고 칭찬하는 세계적인 거포다.

이외에도 LIG손해보험은 호주 출신 에드가, 러시앤캐시는 헝가리에서 바로티를 데려왔다. 우리카드는 현대캐피탈에서 뛴 미국 출신 루니를, 한국전력은 몬테네그로 출신 밀로스를 다시 데려왔다. 이들은 모두 신장 2m5가 넘고, 자국 국가대표 주공격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용병 의존도가 높아지자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규약상 선수 연봉은 상한액이 28만 달러로 묶여있지만 이를 지키는 구단은 없다. 수당 등 다른 조건으로 이면계약을 한 뒤 신고액만 28만 달러로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 구단은 임금체불이 없는데다 숙소와 통역도 별도로 제공하기 때문에 용병들의 만족도는 어느 리그보다 높은 편이다.

예년처럼 이번 시즌 득점 랭킹도 아가메즈, 레오, 에드가, 마이클 등 외국인선수가 상위권을 독차지 하고 있다. 서브부문에서도 마이클, 에드가, 밀로스가 1∼3위에 올라있다. 신생 러시앤캐시가 8연패에 빠진데는 바로티의 기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러시앤캐시는 송명근이 공격성공률 1위(59.30%)에 오르며 바로티의 역할을 대신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