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링컨의 리더십

입력 2013-12-03 01:37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남동부의 작은 마을 게티즈버그에서 1863년 7월 1일부터 사흘간 벌어진 남군과 북군의 전투는 남북전쟁의 흐름을 북군 쪽으로 기울게 만든 전환점이었다. 이 전투에서 패한 남군은 게티즈버그를 거쳐 워싱턴으로 진군하려던 계획을 접어야 했다. 게티즈버그 국립묘지에는 이때 숨진 북군 병사 2만여명이 잠들어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명연설은 같은 해 11월 19일 게티즈버그 국립묘지 봉헌식에서 나왔다.

게티즈버그 연설 150주년을 맞아 링컨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무명의 ‘촌뜨기’ 정치인에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그가 남긴 정치적 유산과 교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통합과 포용,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이 꼽힌다. 남북전쟁 기간 중 대통령으로 일했던 그는 여당 내의 경쟁자나 야당 인사들과 끊임없이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중요 직책에 과감하게 기용함으로써 노예제 폐지라는 업적을 이룬 것은 물론 ‘하나 된 미국’ 건설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했던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를 통해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 “권력의 폭주를 느낀다”며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그러자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나서서 “국민이 더 우려하는 것은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권력”이라고 맞받아쳤다. 문 의원이 아직도 18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격인 셈이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문 의원의 비판을 모두 수용할 순 없다고 해도 귀를 기울일 부분은 있지 않을까 싶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파문으로 정국이 마비된 데는 청와대 책임 또한 작지 않은 탓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사태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약속했지만 여권 내에서 뭔가 감추려는 듯한 움직임들이 포착돼 정국이 더욱 꼬여버렸다.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국 워싱턴의 뉴지엄(Newseum) 내부 한 벽면에는 링컨의 또 다른 명언이 새겨져 있다. ‘Let the people know the facts, and the country will be safe(국민들이 사실을 알도록 해라. 그러면 국가가 평안해질 것이다).’ 박 대통령도 새겨들어야 할 것같다. 사실대로 알리지 않으면 국가통합도 국정안정도 요원하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