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종빈] 안철수 성공이 쉽지 않은 이유
입력 2013-12-03 01:33
안철수 의원의 신당 추진 발표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이다. 무능한 국회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극도에 달해 대안적 정치세력에 대한 갈증이 최고점에 달했다. 행정부와 국회를 동시에 장악해 일방 통행하는 새누리당과 대선불복 프레임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민주당에 대한 강력한 레드카드가 절실했던 타이밍이다.
신당 소식에 다급한 쪽은 민주당이다. 아직 실체가 없는 신당에 비해 지지율이 절반에 불과하다. 지지의 기반인 젊은세대가 신당으로 돌아서고 있다. 얼마나 놀랐으면 신당 추진 발표 바로 다음날 문재인 의원이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공개했을까. 미래의 대권을 위한 리더십이 결여된 채 우왕좌왕하는 민주당에 안철수의 존재는 높은 성벽이다. 재점화되는 야권 단일화 정국에서 무게 중심의 추는 민주당과 멀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신당을 평가절하하는 이유다. 한편 양당체제의 기득권을 만끽하고 있는 새누리당 또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국적인 지지 기반을 가진 강력한 제3정당의 등장으로 특정 지역에 기댄 그들의 기득권 수호가 더 이상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안철수 신당이 성공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과연 창당이 가능할지, 창당하더라도 얼마나 지속될지 부정적이다. 한국정치에서 정권 창출에 동참할 능력이 있는 제3, 제4정당이 등장해 현재의 양당 구도를 타파하고 ‘온건다당제’(modest multi-party system)를 구축해야 벼랑 끝 대결정치를 타파할 수 있다. 그런데도 네 가지 이유에서 안철수 신당의 제3정당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첫째, 정치인 안철수의 리더십 문제다. 그는 정치권에 등장한 이후 줄곧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도 언제 신당을 추진할지 모호해 온갖 추측만 난무하고 있다.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창당 일정을 밝혔어야 한다. 혹시 자신이 없다면, 준비가 부족하다면, 그냥 그렇다고 말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결단력 있는 모습이다.
도덕성 딜레마는 신당 성공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이유다. 현재 국민들이 신당에 지지를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기성 정치와는 다른, 깨끗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 조직화 과정에서 기성 정치인 영입은 어쩔 수 없는데 그들의 도덕성을 일일이 검증하기 어렵다. 권력투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날 당내 갈등이나 공천·선거운동 비리를 국민들은 일절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정당은 기존 정당의 낡은 조직과 운영의 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이념적 정체성이다. 안 의원 스스로 새누리당보다는 민주당과 정체성이 가깝다고 말했지만 정확한 이념적 스탠스는 밝히지 않았다. 추측컨대 사회경제적으로는 진보, 외교안보적으로는 보수에 가깝다. 안보 이슈에 대한 이념성을 밝히는 순간, 진보 지지층이 돌아설 것이기에 앞으로도 애매한 태도로 일관할 것이고 신당은 정체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당의 가치의 문제다. 그동안 그는 ‘정계 개편’ ‘새정치’ ‘공정과 복지’ ‘국민통합’ 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구체적인 콘텐츠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의원정수 100명 감원, 당론 폐지 등의 설익은 비전문적인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제시해 전문가들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오히려 새로운 정치를 담아낼 정당 모델이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인지, 유권자 중심의 원내정당인지, 서구와 다른 새로운 한국형 모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혀야 한다.
안 의원은 지금이라도 당 조직 구축, 인사 영입, 정체성과 가치의 확립 등이 생각보다 어렵다고 솔직하게 밝히고 창당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는 것은 어떨까.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