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하태림 (12·끝) “전신마비 된 나를 들어 쓰신 주님 감사합니다”

입력 2013-12-03 02:48


초등학교 5학년인 미희(가명)는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센터로 온다. 가방을 던져 놓고는 책을 읽는다. 중학생 현일(가명)이는 센터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켠다. 몇몇 아이들은 아내와 같이 간식을 만든다. 아이들은 센터를 제 집 안방 같이 생각한다. 참 감사하다. 내가 꿈꿨던 장면이다. 처음 병원에서 나왔을 때 불안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오산리기도원에서 기도드릴 때 하나님께서 교회를 개척해 어려운 이웃을 섬기라 이야기하셨지만 막막했었다. 교회를 세우고 아동센터 문을 열고나서도 아이들이 얼마나 올 것인지, 잘 교육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항상 그랬다. 그리고 그때마다 하나님은 나의 나약한 믿음을 꾸짖으시듯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로 함께하셨다.

센터에 음악실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며 하나님의 은혜를 한 번 더 맛봤다. 아이들은 악기 연주를 빠르게 배워갔다. 마치 스펀지 같았다. 대학생 자원 봉사자들도 열과 성의를 다해 가르쳐줬다. 아이들은 악기를 연주하며 웃음도 자주 지었다.

5∼6개월쯤 지나자 무난하게 기타와 건반, 드럼 등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악기를 배우는 데서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예전 병원선교 활동을 하며 음악회를 열었던 게 생각났다. 아이들로 밴드를 구성했다. 이름은 ‘더 조이(The Joy)’로 지었다. 하나님의 기쁨, 세상의 기쁨이 되라는 뜻에서다. 은평문화예술회관을 빌려 2011년 겨울 첫 콘서트를 열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설레면서도 불안해했다. “목사님, 저희가 공연하면 사람들이 별로 안 올 것 같아요. 비웃으면 어떡하죠?” 아이들의 불안을 이해했다. 함께 공연에 서며 아이들을 도와줄 이들이 필요했다. 병원선교를 하며 연을 맺었던 복음성가 사역자 최인혁씨와 김명식씨를 찾아갔다. 대중음악 그룹인 신촌블루스에게도 부탁했다. 전에도 말했듯 하나님은 내게 인복을 주셨다. 그들은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 첫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아이들의 부모와 역촌동 지역주민 등 많은 관객이 찾았다. 관객들 얼굴에서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콘서트 후 한 아이는 “내가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소감을 말했다. 아이들 얼굴에서 자신감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는 매년 두 번, 여름과 겨울 콘서트를 열고 있다. 지난해 여름 콘서트 때는 뉴사운드교회 천관웅 목사님이 오셨다. 오는 16일에도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겨울 콘서트를 연다. 이번에는 더조이밴드를 비롯해 대중가수 낭만유랑악단 등 12개 팀이 출연한다.

이레지역아동센터는 오늘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한 걸음씩 잘 걸어가고 있다. 3년째 아이들의 학업을 책임지고 있는 연세대 학생들. 이들은 월·화·금요일에 많게는 19명이 와서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1대 1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성적이 바닥이던 아이들이 1년 만에 큰 폭으로 올랐다. 아이들 음악을 가르칠 수 있게 도와준 서울시 동행프로젝트, 물질적·인적 후원을 해주고 있는 은평구 관계자 분들 모두 감사하다.

여전히 나는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다. 지역아동센터는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만 늘 재정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하나님은 추락사고 후 전신이 마비된, 회복불능의 나를 들어 쓰셨다.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게 하셨고, 지금은 아이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전하라고 확실히 명하셨다. 때에 맞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이들을 붙이셨다. 영원무궁하신 하나님이 계시는 한 남은 생애에 장애물은 없다(02-355-8680).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