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없어도 피를 흘리는 사람이 있다. 선천적으로 혈액응고 인자가 부족한 혈우병 환자는 겉으로는 안 보여도 몸 안에서 출혈을 겪는 빈도가 높다. 국내 혈우병 환자는 약 2000여 명 정도로, 경증 환자는 외상이 있거나 수술할 때 지혈에 문제가 생기는 정도지만, 중증 환자는 외상이 없어도 관절 출혈, 근육 출혈 등이 자연 발생한다. 혈우병 환자가 건강하려면 혈액응고인자, 즉 혈우병 치료제를 투여해야 한다. 과거에는 출혈 시 지혈 목적으로 투여하곤 했지만 최근에는 평소에 정기적으로 투여해 출혈을 방지하고 일상생활도 건강하게 돕는 치료방법인 ‘유지요법’이 일반화되고 있다.
혈우병 환자는 평생 혈우병 치료제를 정맥에 맞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혈액으로 감염되는 질환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1980년대 이전, 혈우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C형 간염이었다. 당시 혈우병 치료제는 인간 혈액의 혈장에서 추출해 만들어졌는데, 바이러스 제거 기술이 완전하지 못해 C형 간염 바이러스가 남아 있다 전염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발전한 기술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인간 혈장이나 동물 성분을 쓰지 않고 혈액응고물질을 합성해 만드는 기술, 즉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다.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는 제조 공정에서 인간, 동물 성분을 가급적 배제함으로써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줄이고자 한다. 둘째는 감염 위험 물질 정제 기술이다.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는 만드는 과정에서 감염 위험 물질이 포함되지 않게 정제 과정을 거친다. 치료제의 개발 시기 및 정제 기술에 따라 세대가 나뉘는데, 현재 가장 발달된 정제 기술을 쓴 것은 최근에 등장한 3세대 치료제다.
가장 최근 출시된 혈우병 치료제로 한국화이자제약의 ‘진타’(사진)가 있다. 진타는 혈액 응고인자 중 8인자가 부족한 혈우병 A 환자의 치료제다. 진타는 3세대 혈우병 치료제 중에서도 공정과 기술면에서 더 진일보한 혈우병 치료제로 꼽힌다. 진타는 제조 공정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 단백질을 전혀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제 기술도 더 정교하다. 또한 환자가 쓰기에도 좋다. 혈우병 치료제는 환자가 자가 주사하기 전에 주사제와 치료제를 재구성하는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진타는 이 과정을 안전하고 간단하게 줄인 ‘R2 키트’를 도입해 환자의 고충을 줄였다. 용량도 250, 500, 1000, 2000IU로 다양하게 있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량을 투여할 수 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알쏭달쏭 약 이야기-(24) 한국화이자제약 ‘진타’] 정교한 정제 기술 거쳐 안전한 혈우병 치료제
입력 2013-12-03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