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이 허혈발작·뇌경색 증상땐 빨리 병원으로”
입력 2013-12-03 01:30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주성필 교수가 말하는 모야모야병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고 했어요. 말 자체도 어눌하게 했고요. 마치 어린애를 보는 듯했어요. 병원에 가자고 했더니 병원비 때문이었는지 극구 안 가겠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사단이 났네요. 조금만 더 일찍 병원에 왔더라면 아내의 상태가 지금처럼 심각해지지 않았을 테지요.”
광주에 거주하는 정모(52)씨는 “아내가 모야모야병에 걸린지 모르고 병원을 늦게 찾아 오히려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됐다”며 스스로를 책했다. 정씨의 아내 김윤정(가명)씨는 현재 시각을 관장하는 부분에 뇌경색이 와 시각까지 잃은 상태다.
당시 진료했던 병원에서는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거나 막혀 뇌에 충분한 혈액공급이 안 돼 쓰러지는 병”이라며 “그냥 방치하면 혈관이 더 좁아지거나 사라지기 때문에 빨리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들 부부에게 병원비는 감당키 어려웠다. 당뇨병 등으로 평소 잔병치레를 해 오던 아내였기에 남편 정씨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씨는 “아내가 앞을 못 보게 됐는데 돈이 문제냐”며 “발병 당시 재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한스럽다”고 스스로를 원망했다.
안타까운 사연이긴 하지만 남편 정씨 말대로 모야모야병을 조기에 수술 받았더라면 지금처럼 아내가 시력을 잃는 아픔은 덜었을 것이다.
주성필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모야모야병은 발병 당시 조기 수술을 할 경우 비교적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소아나 젊은 사람이 일과적 허혈발작이나 뇌경색 증상이 있을 때는 빨리 전문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고 조기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교수에 따르면 모야모야병은 주로 내경동맥이 대뇌 기저부 위치에서 양측으로 협착 또는 폐쇄되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이다. ‘모야모야’라는 말은 뇌혈관 조영술에서 뇌기저부 측부순환 혈관의 모양을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가는 모습으로 표현한 일본어이다. 병리학적으로는 동맥내피의 진행성 비후가 특징이며 두 개강내 내경동맥이 만성적으로 양측으로 협착 또는 폐쇄되는 진행성 뇌혈관 질환이다. 또 주로 일본 한국 중국 등의 아시아 사람들에게서 발생빈도가 높다.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흔하며, 10세미만의 소아와 30∼40대 성인에게서 많이 발현된다.
소아의 경우에는 주로 일과성 허혈발작의 형태로 병원에 내원하게 되며 이러한 증상들은 특별한 환경, 예를 들면 라면이나 국물같이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을 때나 심한 운동 등 과호흡이 유발되는 상황일 때 잘 발생한다. 이는 과호흡에 의한 뇌혈관의 수축으로 뇌허혈증상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성인은 뇌출혈의 빈도가 높으며 출혈량의 정도에 따라 두통, 의식장애 또는 출혈부위에 따라 국소적 신경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
대부분의 성인 모야모야병은 소아 시기에 시작돼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특별히 반대 측에 처음부터 동맥이상이 있었거나, 아시아인 후손, 이전에 방사선조사를 받은 경우, 가족 중에 모야모야 환자가 있는 경우에 유난히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연구보고가 있으므로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주 교수는 “뇌혈관 질환 중에 10% 정도의 유전성 경향이 있어 가족 중에 모야모야 환자가 있으면 이에 대한 스크린 검사가 필요하다”며 “치료는 특별한 내과적 약물치료 방법은 없으나 급성 뇌경색의 경우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 항칼슘제제 등이 이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규봉 쿠키뉴스 기자 ckb@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