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고혈압 제대로 알기… 160/100㎜Hg이상땐 반드시 약물치료를

입력 2013-12-03 01:32


40대 남성이 고혈압 진단을 위해 진료실을 찾아왔다. 측정 결과 혈압 150/95mmHg의 1기 고혈압 환자였다. 이 환자는 평소 공공장소에 비치돼 있는 혈압계를 사용해 혈압을 쟀을 때 몇 번 높게 나온 적도 있지만 잴 때마다 혈압이 달라 기계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해 그동안 병원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이 환자처럼 사람의 혈압 수치가 일정한 것이 아니며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혈압은 기온, 고도, 감정기복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하므로 혈압을 재는 기계가 잘못되어서 계속 다른 혈압 수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혈압을 재려면 5분 이상 안정 후 편안한 상태에서 측정하는 것이 좋다. 긴장할 경우 혈압이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측정 시 팔의 높이를 심장 높이에 맞춰야 하며, 한 번 측정해서 진단하는 것이 아니고 두 번 이상 측정하는 것이 좋다.

여러 번 측정한 혈압의 평균치가 120/80mmHg 이상이고 140/90 미만이면 고혈압 전단계로 저염식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며, 이보다 높은 140/90mmHg 이상은 1기 고혈압, 160/100mmHg 이상은 2기 고혈압으로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생활습관 개선을 수개월 하다가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약물 치료를 할 수도 있으며, 이 기간은 길지 않은 것이 좋다. 하지만, 이미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나 중등도 이상의 고혈압인 경우 곧바로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은 협심증, 심근경색, 부정맥, 심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뇌혈관의 출혈이나 동맥경화를 유발해 뇌졸중을 불러오기도 한다. 혈압이 높을수록 합병증의 위험도 커진다. 때문에 중등도 이상 고혈압 환자는 진단 받는 즉시 고혈압 약 복용과 생활 관리를 통해 철저한 혈압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의사의 진단을 통해 자신의 상태에 맞는 고혈압 약을 처방 받는다. 2기 고혈압 환자의 경우 처음부터 약제를 두 가지 이상 복용하는 요법을 택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두 가지 성분이 하나의 알약으로 합쳐진 복합제가 많이 나와 있어 환자들이 복용하기 편리해졌으며, 약제 가격도 2제 각각 복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고혈압 약은 의사의 지시대로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깜빡 잊고 약 복용을 잊은 경우 한 번에 2알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간혹 환자들 중 추운 날에만 약을 먹는다든지, 혈압이 좀 낮아진 것 같다고 임의대로 약을 끊는 경우가 있는데, 약 복용과 생활관리를 통해 혈압이 정상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의사와 상의 하에 약을 서서히 끊어볼 수 있지만 환자의 임의대로 약을 끊는 것은 금물이다.

김상현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