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내성 한계 극복한 2세대 표적치료제 등장
입력 2013-12-03 01:35
폐암은 1970년대부터 2000년도까지 치료법의 발전이 거의 없었다. 과거 수술이 불가능한 병기에서 폐암 진단을 받으면 사형선고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 이레사라는 표적치료제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표적’이 어떤 것인지 그 개념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이후 2004년에 미국에서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가 표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확실한 표적치료의 지침이 됐고, 이렇게 1세대 표적치료제들이 등장한 이후 치료 환경이 달라졌다. 이러한 치료 환경 변화에 대해 최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에 참석한 박근칠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분과 교수를 만나 자세히 들어 봤다.
표적치료제는 EGFR 돌연변이가 있는 사람들에게 효과적인데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에 EGFR 변이를 가진 환자 빈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아시아 지역에서 표적 치료제 연구 결과들이 많다. 대표적 예인 아이패스 스터디(IPASS study)는 흡연 경험의 거의 없는 환자와 비흡연 환자들을 대상으로 1세대 표적치료제와 표준 항암치료요법을 비교, 1세대 표적치료제가 기존 항암치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나타냈다.
표적치료제가 도입된 후 10년 이상 지나고 치료 초기에 좋은 반응을 보이던 환자 대부분이 결국은 평균 1년을 전후로 내성이 생기는 문제가 발생해 다시 2차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최근에는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고자 차세대 표적치료제들이 연구되고 있다. 2세대 표적 치료제인 아파티닙은 1차 표적 치료제보다 더욱 강력하고 일부 내성 출현에도 효과를 보여 많은 임상연구가 이루어졌다.
차세대 표적치료제는 비가역적 약물로서 ATP 결합부위에 대한 친화력이 더욱 커서, 암 세포로 성장 신호가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암 세포가 증식하지 못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EGFR은 여러 종류의 수용체를 포함하는 하나의 패밀리인데, 여기에는 1∼4형까지 네 개의 유형이 모두 있다. 1세대는 1형만 차단이 가능했는데, 2세대 치료제는 1형뿐만 아니라 암세포 성장에 기여하는 다른 여러 가지 유형에도 작용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런 주요한 두 가지 차이점으로 인해 차세대 치료제인 아파티닙이 각광을 받게 됐다.
박근칠 교수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 임상연구를 총괄하고 있는데, 임상 연구는 단순히 연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한 것이다. 환자가 더 효과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여건상 표적 치료제를 직접 개발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좋은 신약이 연구 단계에서부터라도 하루 빨리 도입돼서 그만큼 필요한 우리 환자들에게 쓸 기회를 준다는 것이 임상연구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