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알, 에이즈 막는다
입력 2013-12-03 01:27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가 무서운 이유는 걸리면 죽는 병이기 때문 아닌가요?” 지난 1일은 UN이 제정한 ‘제26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었다. 이날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에이즈 예방 및 인식제고 캠페인이 진행됐다.
정부 및 유관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이즈는 무서운 병, 죽는 병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 남아 있다.
과거 30년간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및 에이즈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전 세계에서 약 3000만 명. 그러나 이제는 HIV에 감염되더라도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하게 관리만 하면 에이즈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월 ‘2012년 HIV/AIDS 신고 현황’을 발표하면서 “에이즈는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며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치료법의 획기적인 발전 때문이다. HIV 증식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지속적인 약물 복용을 통해 바이러스 농도와 면역세포 수를 관리하면 에이즈로 가는 질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방지환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HIV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많고 내성이 잘 생기기 때문에 바이러스 증식의 여러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여러 약제를 한꺼번에 복용하는 ‘칵테일 요법(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으로 치료한다”며 “환자들이 복용법과 복용시간을 제대로 지키면서 평생 꾸준히 복약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제 HIV 감염은 조기 발견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약물 복용이 치료의 핵심이다. 때문에 치료제의 경우 환자가 평생 매일 먹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다 먹기 편하게 발전해 왔다. 그 결과, 과거에는 하루에 30알 이상 한 줌씩 되는 치료제를 여러 번 나누어 먹어야 했던 반면, 최근에는 여러 약물을 결합한 복합제들이 개발돼 환자가 하루에 복용하는 양과 복용 횟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HIV 치료에 필요한 모든 성분을 한 알에 담아 1일 1회 1정만 복용하면 되는 단일정복합제도 등장했다. 2006년 세계 최초의 단일정제 약물이 나왔을 때 미국 FDA가 “이 약은 에이즈 치료의 성배”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이 새로운 치료 옵션은 크게 환영받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단일정복합제는 국제적인 권장요법 중 하나로 사용돼 왔으나, 우리나라에는 도입된 바 없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최초의 단일정복합제 신약 ‘스트리빌드’를 허가해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한 알로 HIV를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이 약은 세계 최초로 통합효소 억제제를 포함한 4가지 약물을 단일 정제했다.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유럽에이즈학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약은 3년의 치료기간 동안 기존의 2가지 치료법과 동등한 HIV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이는 가운데 보다 우수한 내약성을 입증하고 부작용을 줄였다.
방 교수는 “HIV를 평생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치료제를 불규칙하게 복용하거나 일부만 복용하는 등 약을 빠뜨리는 일이 없이 꾸준히 잘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다른 일반 복합제와 달리 단일정복합제는 하루 한 번 한 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복약순응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HIV/AIDS 누적 감염인은 사망자를 포함해 약 9400명이며, 현재 약 7800명이 생존해 있다. 이 중 작년에 신고, 보고된 감염인 수는 약 950명이며, 검진 이유는 ‘질병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36.9%), ‘수술이나 입원했을 때’(20.9%)가 가장 많았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