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 쇼핑은 해도 기부는…” 100년 넘은 기독 모금행사 중단

입력 2013-12-02 10:01


미국 뉴욕에서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연말 기독교 기부 행사가 올해부터 중단됐다. 연중 가장 많은 소비가 이뤄지는 날인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기부에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미국 허핑턴포스트 등 미 언론은 뉴욕 쇼핑의 중심지 5번가에서 매년 블랙프라이데이에 진행된 ‘산타 행진’ 모금 행사를 올해 29일(현지시간)에는 볼 수 없다고 최근 보도했다. 산타 행진은 기독단체 ‘미국 봉사자들(Volunteers of America·VOA)’이 1902년부터 뉴욕 번화가에서 진행해 온 모금 행사다.

여기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산타로 변신해 열을 맞춰 시내를 돌아다니며 모금활동을 벌여왔다. 일년 중 가장 큰 세일 기간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여서 VOA 산타들은 기부금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 VOA는 이렇게 모인 기부금으로 독거노인 등 가난한 이웃에 먹을 것을 대접했다. 지난해에는 1200여 가정이 VOA를 통해 연말 따뜻한 음식을 맛봤다.

하지만 VOA는 “산타 행진만으로 우리 프로그램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며 행사 중단을 알렸다. 올해부터 산타복 세탁과 운반 등 행사 유지비를 줄이고 다른 방식의 모금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VOA는 뉴욕의 플라자 호텔 산타 행사장에 모금함을 놓고 웹사이트를 통해 기부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레이첼 웨인스테인 VOA 홍보부장은 “대공황 이후 그 어떤 때보다 지금 굶주리는 가정들이 많아졌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다양한 방법을 모색 할 것”이라고 말했다. VOA는 미국 구세군 창립자 윌리엄 부스의 아들인 볼링턴 부스가 1896년 설립한 기독교 봉사단체다. 볼링턴 부스는 마차를 타고 다니며 가난한 이웃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나눴다.

신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