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공식별구역 확대… 키를 쥔 美 허용이 관건

입력 2013-12-02 03:28

정부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응, 우리 측 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 확대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에 대한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카디즈 확대에 ‘키’를 쥔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의 한 연구원은 “한국 정부의 방침을 미국이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일방 선포 문제가 복잡해져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디즈는 6·25전쟁 당시 미국이 설정한 것으로, 범위 확대를 위해서는 미국의 승인이 불가결하다. 실제 미국은 우리 정부의 카디즈 개편 요구를 계속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1963년 처음으로 미 공군에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요구했다. 이어도가 포함되지 않은 항공식별구역을 비행정보구역만큼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적기의 위협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비행정보구역을 따로 운영하는 것이 소모적이라는 이유였다.

미국은 당초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1969년 일본이 자국의 항공식별구역을 다시 설정하면서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양국이 외교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발을 뺀 것이다. 17년 뒤인 1986년에는 우리 해군이 직접 한미연합사령부에 확대를 요청했고 당시 정진권 합참의장이 서한까지 보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이번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응한 우리의 시도에도 미국은 동북아의 ‘현상유지’를 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이번 사안과 관련, 미국과 아직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며 “미국의 입장이 부정적이라거나 긍정적이라는 등은 현재로서는 모두 억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