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광고 등장한 조선 마지막 황손

입력 2013-12-02 01:29

조선왕조의 마지막 황손으로 불리는 이석(72)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KB국민카드가 새롭게 선보이는 ‘훈민정음 카드’의 모델로 나선다.

이 총재는 1일 “조선왕조의 황손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아닌 유구한 역사의 살아있는 뿌리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며 모델 제의를 승낙한 이유를 밝혔다.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의 11번째 아들인 이씨는 가요 ‘비둘기 집’을 부른 가수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번 광고에서 세종대왕 역할로 출연한다. 그의 얼굴은 실제 광화문 광장에 자리한 세종대왕 동상을 만드는데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종대왕 초상화에 유약한 느낌이 있어 고민하던 동상 제작자는 텔레비전에서 이씨의 얼굴을 보고 영감을 받아 동상을 만들었다.

왕족인 이씨의 삶은 평탄하지 못했다. 1955년 의친왕이 승하한 뒤 생활고에 시달렸고 월남전에 참전해 부상했다. 이후 활발히 가수 활동을 했지만 79년 10·26 사태 직후 그의 존재를 거추장스럽게 여긴 신군부에 쫓겨 미국으로 건너가야 했다. 89년 고국에 돌아와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씨를 제외한 다른 황손들은 모두 외국에 살고 있다.

방황 끝에 그는 황실의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며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역사학자들과 황실문화재단을 만들었다. 최근엔 전국을 돌며 역사 강의를 하는 등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세종대왕 역할을 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며 “과거가 없는 국민에게는 꿈도 없다. 상징적이나마 황실이 복원돼 궁궐에서 관광객과 국민이 만나며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게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