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난 성공한 경제학자… 학계선 괴짜로 치부”
입력 2013-12-02 01:28 수정 2013-12-02 02:28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제학자이지만 수학을 하지 않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주말판 와이드 인터뷰를 통해 경제학자인 장 교수가 경제학에 대해 독특한 시각을 갖고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류 경제학자로부터 사회학자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그는 케임브리지대 인근 인도 음식점에서 가진 2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자신이 경제학계에서 괴짜로 치부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신문은 한때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위기 발발 이후 그를 정기적으로 연사로 초대한다고 말했다. 또 그의 저서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32개 국어로 번역되고 65만권이나 팔린 베스트셀러라고 소개했다.
장 교수는 “시장이 말하는 바에 따르면 난 가장 성공한 경제학자 중 한명”이라며 “그런데 내 동료교수들은 나를 괴짜 또는 사회학자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경제학자 사이에서 사회학자라는 말은 가장 모욕적인 말로 여겨진다고 설명하며 “나는 수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나를 경제학자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최근의 경제학은 수학과 통계학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는 과거 가톨릭 성직자가 성경 번역을 하지 않고 라틴어를 모를 경우 성경을 읽을 수조차 없게 한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 때문에 경제학적 의사결정권이 기술 관료와 중앙은행 관료 등 ‘고위 사제’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이다.
비주류 성향의 그는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자유시장은 존재하지 않으며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더 많이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즉 세탁기가 사용되면서 여성이 자연스럽게 노동시장에 진입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세상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탁기가 만들어낸 변화가 인터넷보다 더 크다”며 “세탁기로 인해 저출산이 이뤄지고 다른 곳에 투자가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