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용광로 열정’ K리그 녹이다… 김원일 생애 최고의 골

입력 2013-12-02 01:33 수정 2013-12-02 02:33

이보다 더 짜릿할 수 있을까? 1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그룹A(상위 스플릿) 시즌 최종전. 내일이 없는 경기였다. 양 팀은 총력전을 펼쳤다. 후반 추가시간에 골이 터졌다. 포항 선수들은 기쁨에 겨워 펄펄 날아다녔고, 울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눈물을 뿌렸다. 20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은 이렇게 극적인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을 내렸다.

◇짜릿했던 ‘동해안 더비’=포항은 후반 50분에 터진 김원일의 결승골에 힘입어 울산에 1대 0으로 이겼다. ‘버저비터’처럼 극적인 결승골이었다. 0대 0으로 비기면 울산에 우승컵을 내줘야 했던 포항은 후반 추가시간에 전원 공격에 나섰다. 포항의 마지막 프리킥 찬스 때 울산 문전에서 혼전이 벌어졌고, 김원일의 발끝에 공이 걸렸다. 혼전 중에 박성호가 슛을 날렸으나 힘이 약해 구르는 공을 김원일이 골대 안으로 툭 밀어넣었다. 마지막에 신영준의 발도 맞은 듯 했으나 김원일의 골로 결정됐다. 김원일은 경기 후 “발 밑에 공이 왔길래 그냥 골대 쪽으로 찼다”고 소감을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포항은 승점 74점(21승11무6패)을 확보, 울산(승점 73)을 1점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이 K리그 정상에 오른 것은 2007년 이후 6년 만이자 통산 다섯 번째(1986·1988·1992·2007·2013년)다. 2005년 이후 8년 만에 K리그 정상 탈환을 노린 울산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들은 산타클로스 모자를 쓰고 눈 스프레이를 든 채 원정 응원석으로 달려가 팬들을 향해 스프레이를 뿌리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또 선수들은 황선홍 감독과 강철 코치 등을 헹가래친 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처럼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는 ‘슬라이딩 세리머니’도 펼치기도 했다.

◇대전·대구 “내년은 2부 리그에서”=강원FC는 전날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그룹B(하위 스플릿) 최종 라운드 홈경기에서 3골을 몰아넣은 김동기의 활약을 앞세워 제주 유나이티드를 3대 0으로 눌렀다. 이날 승리로 12위를 굳혀 강등 직행을 피한 강원은 챌린지(2부 리그) 챔피언인 상주 상무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은 4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2차전은 7일 강원 홈구장에서 열린다.

같은 날 강원과 12위 자리를 놓고 막판 다툼을 벌이던 대구는 경남과 0대 0으로 비겨 강등권인 13위(승점 32·골 득실 -21)를 벗어나지 못했다. 대구는 일찌감치 강등이 결정된 꼴찌 대전 시티즌(승점 32·골 득실 -29)과 함께 내년 시즌을 2부 리그에서 보내게 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