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만들때 신분증 위·변조 조회한다
입력 2013-12-02 01:33
이르면 내년부터 은행에서 새로운 통장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증 위·변조 여부를 조회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쓰이는 대포통장(다른 사람의 명의로 개설한 통장)의 발급·유통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대응책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은행권 전체에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은행 창구에서 통장을 새로 만들 때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등의 신분증 이미지를 스캔해 해당 발급 기관에 전송, 진위 여부를 조회토록 하는 것이다. 쌍둥이의 사진까지도 생김새의 고유한 특징을 잡아내 비교·분석하는 특허기술이 장착됐다.
이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도용해 대포통장을 개설, 사기에 악용하는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 안전행정부 등 신분증 발급기관과 협의를 마치고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내년 상반기,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내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들에 “예금계좌 개설 시 목적을 확인하고, 의심스러운 거래계좌의 명의인은 정보를 공유토록 하라”는 내용의 시행지침을 내려보냈다. 금감원은 인터넷 공간에서 개인신용정보나 예금통장을 사고파는 불법행위도 상시 점검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명의를 빌려주거나 통장을 판 대포통장 명의자는 향후 1년간 수시입출금식 통장 개설 등 금융거래 자체를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 수단도 마련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대포통장 유통이 한층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대포통장은 국내에서만 연간 약 4만건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중 절반가량은 발급된 지 5일 안에 금융사기에 동원, 서민의 돈을 갈취하는 수단이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전적인 보이스피싱은 감소세지만 파밍(Pharming)·스미싱(Smishing) 등 신종 금융사기는 늘어나고 있다”며 “대포통장이 금융사기의 ‘숙주’ 역할을 하는 것은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