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주류의 반기? 파행정국 책임 親朴 강경파에 직격탄 날린다
입력 2013-12-02 01:33
새누리당 내 일각에서 끝이 안 보이는 여야 대치 상황만 계속될 경우 당 지도부 퇴진과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 1주년이 되는 오는 19일을 기점으로 이 같은 생각을 지닌 새누리당 의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친박 주류의 한 의원은 “이들의 움직임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1일 “여야의 친박·친노 세력에 의해 정치가 실종되고 극한 대결만 난무하고 있다”면서 “대치 정국에 변화가 없고 예산안·민생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여야 구분 없이 지도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지금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보다 예산안이 더 큰 문제”라며 “여야 충돌로 예산안이 올해 통과하지 못해 사상 최초로 준예산이 현실화되거나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새누리당도 충격파를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들은 황우여 대표 체제 퇴진과 조기 전당대회 개최 요구로 이어진다.
예산안 파행, 민생입법 처리 ‘제로’의 책임을 누군가는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비박(非朴) 황 대표와 비노(非盧) 민주당 김한길 대표 체제에서 여야 간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만큼 새로운 지도부로 여야 협상 틀을 다시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타깃으로 삼는 대상은 최경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박 주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황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친박 주류인 최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체제를 흔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민주당 발(發) 지각변동이 새누리당을 덮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황 대표와 김 대표는 당은 다르지만 서로를 지탱하는 사다리가 돼 버린 형국이다. 둘 중 한쪽이 먼저 무너지면 다른 한쪽도 버티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직을 걸고 대여 투쟁을 이끌겠다”고 배수의 진을 치고 나왔다. 황 대표가 파행 정국의 책임을 지고 먼저 돌을 던질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다른 의원은 “대선 1주년이 되는 19일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대선 1년이 지났는데도 여당이 아무것도 이뤄낸 게 없다면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 퇴진과 조기 전대 주장이 새누리당 내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지는 확실치 않다. 우선 청와대 기류가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도부 인사는 “여야 대치 정국에서 청와대 분위기는 강경하다”면서 “이를 알고 있는 의원들이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는 행동들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이질적인 점도 변수다. 계파에 중립적인 온건파 의원들도 있고, 일부 탈박(脫朴) 의원들과 친이계 인사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을 묶을 구심점이 없다. 한 중진 의원은 “지도부 퇴진과 조기 전대를 주장하는 의원들의 뜻은 공감하나 지금은 타이밍이 빠르다”고 말했다. 또 대치 정국의 본질은 청와대와 친노 간 ‘대선 2라운드 싸움’인데 죄 없는 당 지도부에 퇴진 요구를 하는 것은 본질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 전대론의 휘발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여야 대치 상황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고 강경 일변도의 당·청 스탠스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