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反정부 시위 격화… 2010년 유혈사태 재연되나
입력 2013-12-02 01:26 수정 2013-12-02 03:27
잉락 친나왓(46·여) 태국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1일 자신들의 행동을 ‘국민(People)의 쿠데타’로 선언했다.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 간 ‘맞불집회’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해 처음으로 사망자도 발생했다.
그동안 질서유지만 해오던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처음으로 시위 진압에 나섰고 태국 정부는 치안 확보를 위해 군 병력을 방콕에 투입했다.
제1 야당인 민주당 소속의 수텝 타웅수반 전 부총리가 이끄는 반정부 시위대는 1일을 승리를 위한 ‘디데이(D-day)’로 정해 총리 청사, 국립경찰본부, 방콕시경, 교육부, 내무부 등 10개 주요 정부청사 점거에 나섰다.
국영방송국 PBS가 시위대에 점령됐으며, 방콕시경에서 로이터 등과 인터뷰를 할 예정이던 잉락 총리는 시위대가 몰려오자 급히 피신하기도 했다. 경찰은 3만명의 시위대가 도심 8군데에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찰 2만여명과 군 병력 3000명을 투입했다. 지난달 초 반정부 시위가 본격화된 후 군 병력이 방콕 시내에 투입되기는 처음이다. 군 대변인은 경찰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면서도 “시위대 역시 폭력을 지양해 달라”고 호소했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발사했다. 격렬한 시위로 도심기능이 마비되면서 주요 쇼핑몰도 모두 문을 닫았다고 AP통신은 전해했다.
앞서 30일에는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 간 충돌이 일어나 친정부 시위대 소속 20대 군인과 반정부 시위대 소속 21세 청년이 숨지고 103명이 부상했다. AP통신은 경찰을 인용해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충돌은 1일 예고된 반정부 시위대의 대규모 집회에 맞서 친정부 시위대인 ‘레드셔츠’가 집결지인 체육관 인근에서 람캄행 대학생과 몸싸움을 벌이다 총격전으로 비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명이며 누가 총격을 가한 것인지 정확히 확인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돼 유혈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추가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태국에선 합법적 총기 소유가 허용되며, 불법 총기 소지자도 많아 시위 때 총기 발사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태국은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후 탁신파-반(反)탁신파 간 갈등이 7년째 반복되고 있다.
2008년에는 지금처럼 반탁신파가 탁신계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청사를 점거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2010년에는 탁신파가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당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다 군부의 무력진압으로 90여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반탁신파 시위는 잉락 총리가 탁신 전 총리에 대한 사면법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방콕포스트는 “집권당인 푸어 타이당이 한 달째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가라앉히기 위해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