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 미국인 뉴먼 죄과 인정” 사죄문 공개… 구월산유격대 北생존자-南단체 접선 주선?
입력 2013-12-02 02:29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평양에 억류된 미국인 메릴 뉴먼(85)씨의 ‘사죄문’을 공개하며 그가 6·25전쟁 당시 반공유격활동을 했던 ‘구월산유격대’ 북측 생존자와 남측 ‘구월산유격군전우회’ 간 접선을 주선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우회 측은 “뉴먼씨가 1950년대 초 구월부대에 미군 고문관(adviser)으로 부임한 건 맞지만 92년 이후 우리 전우회와 연락한 적이 없다”며 북측 발표를 의아해했다.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뉴먼씨가 직접 썼다며 공개한 사죄문에는 ‘나는 구월부대 생존자를 만나보고 죽은 자들의 넋을 위로할 계획을 품고 있었다…생존자들에게 남측 구월산유격군전우회를 연결시켜주기 위해 관광안내원에게 전우회원들의 주소와 이메일 주소를 전달했다’고 적혀 있다.
구월산유격대는 50년 12월 황해도 은율군에서 창설된 연풍부대를 모태로 6·25전쟁 발발 직후부터 반공유격활동을 전개했다. 51년 3월 구월부대로 개편돼 54년 3월까지 존속됐다. 뉴먼씨는 25세 때 구월부대의 미 고문관으로 부임해 황해도 구월산을 거점으로 인민군 23·26·44여단을 맞아 한국군과 함께 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월산유격군전우회는 유격대원 중 남한에 내려온 이들로 구성돼 있다. 박응호(81) 전우회 부회장은 1일 “뉴먼씨와 전우회가 만난 건 그가 두 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던 1992년이 마지막”이라며 “구월부대가 잠시 주둔했던 인천 용유도 등을 둘러보고 사진도 같이 찍었지만 이후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회원 김창선(81)씨도 “21년 전 한국에 관광 온 뉴먼씨와 전우들이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북한에 가겠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며 “사죄문에 전우회가 언급돼 깜짝 놀랐다”고 했다.
뉴먼씨는 2008년에도 구월부대 작전참모였던 김현(86)씨를 만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한국에 왔다. 김씨의 딸은 “뉴먼씨가 경기도 분당 집에 찾아왔는데 아버지가 외출하셔서 두 분이 전화 통화만 했다”고 전했다. 김씨는 2004년 미국 친척집에 갔을 때도 뉴먼씨를 만났다고 한다. 서로 이메일도 주고받는 사이였지만 김씨가 지난해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에는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뉴먼씨의 고령과 건강을 고려해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사죄문 공개가 석방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세환 모규엽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