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솜방망이 처벌’ 없앤다
입력 2013-12-02 01:36
내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접수된 신고사건 처벌 수위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시민심사위원회가 가동된다. 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불공정행위 기업체의 과징금 감경 사유가 대폭 줄어든다(국민일보 10월 31일자 1면 참조).
공정위는 법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시민심사위원회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고 1일 밝혔다. 그동안 신고 접수 사건 중 무혐의 사건이나 경고조치에만 해당할 정도로 위반 정도가 경미하거나 이미 자진 시정을 마친 사건은 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심사관이 전결로 사건을 처리해 왔다. 공정위 신고 사건수는 2004년 1429건에서 지난해 2986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신고사건의 90% 이상은 심사관이 전결을 통해 경고나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가 많아 공정위가 위반 사업자를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5명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를 구성해 무혐의 또는 경고조치가 적정했는지 심사토록 했다. 심사위가 부적정한 조치라고 판단할 경우 심사관은 해당 사건을 재검토하고 그 결과를 심사위에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공정위는 이와 함께 과징금 감경 사유를 대폭 축소하고 실질 부과 수준을 높인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2010∼2012년 부당공동행위(담합)로 과징금이 부과된 86개 사건(618개 기업)의 최초 과징금 산정 기초금액 대비 평균 감경률은 60%에 달했다. 개정안은 총 9개 감경 사유 가운데 자율준수프로그램(CP) 우수등급 기업에 대한 감경 등 3개 사유를 폐지하고 4개 사유는 감경비율을 축소하거나 적용기준을 엄격히 하도록 바꿨다. 부담능력 부족이나 시장·경제 여건을 사유로 과징금을 대폭 축소하는 일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또 ‘제2의 남양유업 사태’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본사·대리점 간의 불공정 행위를 명확히 규율한 ‘특정 재판매거래 고시’를 제정해 이달 중 행정예고할 계획이다.
새 고시는 물량 밀어내기(구입강제)나 판촉행사비, 인건비 등을 대리점에 전가하는 행위(이익제공 강요), 계약에 부당한 거래조건을 추가하는 행위(불이익 제공)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대리점이 주문한 내역을 본사가 무단으로 변조하거나 대리점의 주문내역 확인 요청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공정위 신영선 경쟁정책국장은 “경제민주화 후속 조치 격인 이번 고시나 지침 개정 취지는 법 위반 행위 적발을 강력히 하겠다기보다는 기업들이 위반 행위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