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엔저 겹쳐… 국내기업 울상
입력 2013-12-02 01:31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내 기업의 허리가 휘고 있다. 환율 하락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치명상을 안긴다. 앉은 자리에서 원화로 표시된 상품 가격이 오르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과 맞물려 원·엔 환율마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산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일 ‘원화 절상이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고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제조업 매출액은 평균 3.4% 감소한다고 밝혔다. 분야별로 매출액 가운데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수송장비업 매출 감소 폭이 5.2%로 가장 클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전자 -5.0%, 정밀기기 -4.2%, 일반기계 -3.6% 등이다. 원화 가치 10% 상승 때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0.9% 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원가가 낮아지면서 수출 단가 하락을 그나마 어느 정도 상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엔저는 장기화·고착화하고 있다. 원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는데 엔화 가치가 계속 약세 흐름을 타면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원화와 엔화 값을 전망한 10개 투자은행(IB)의 원·엔 환율 예측치는 내년 3분기 평균 100엔당 996.0원까지 하락했다. 투자은행들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되면서 엔화 약세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강세-엔화 약세’는 우리 경제가 가장 꺼리는 최악의 상황이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철강, 전자업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엔저에 따른 충격파가 가장 큰 분야는 자동차다.
이미 국내 제조업은 영업이익률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10년 6.7%였던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5.1%까지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제조업이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는 지난해 1월부터 올 들어 10월까지 7.4% 평가절상됐다”며 “정부의 환율 미세 조정, 적극적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