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세계 1위·3위 합병… “공정위, M&A 조건부 승인 절실”
입력 2013-12-02 01:28
반도체 장비 분야 ‘공룡기업’ 탄생이 코앞에 다가왔다. 세계 1위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는 지난 9월에 세계 3위인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TEL) 인수를 공식 발표했고, 현재 합병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기준 두 회사의 매출액 합계는 100억 달러 규모다. 2위인 네덜란드 ASML(48억 달러)을 훌쩍 뛰어넘는다.
인수·합병(M&A)이 성사되면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40조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없다.
특히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도 해외 거대 기업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우리 산업 보호를 위해 두 기업의 M&A를 ‘조건부 승인’(시장점유율이나 영업을 제한해 기업 결합을 승인하는 행정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병이 끝나면 생산 제품군 종류는 65개에 이른다. 이 중 36개 제품군의 시장점유율이 40%를 웃돌게 된다. 기술력은 물론 가격경쟁력에서 중소업체를 압도하게 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과점적 지위를 등에 업고 반도체 장비 가격을 주무르면 제조 원가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경쟁력을 상실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공정위부터 두 기업의 M&A를 까다롭게 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MAT는 내년 1월 각국 정부에 합병 승인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