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되는 동북아 신냉전시대] 美, 민간항공기 비행 계획 中 통보 권고

입력 2013-12-02 02:29

미국 정부가 일방적인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강력히 비난하면서도 자국 민간 항공사에 비행계획을 중국에 사전 통보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 항공사들에 ‘지금까지 하던 대로 비행계획서를 중국에 내지 말라’는 지침을 지난주 전했다.

미 국무부는 2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국제선을 운영하는 미국 항공사들이 외국(정부)의 ‘통보 요구’에 따를 것을 미국 정부는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그러나 “이런 방침이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의 정당성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미 정부가 중국에 대한 ‘경고’는 군용기의 방공식별구역 무시 운항으로 이룰 수 있는 만큼 의도하지 않은 충돌로 치닫지 않도록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가 자국 항공사들에 중국 당국에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보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것을 감안할 때 이런 입장은 역내 국가들에 미국이 중국에 양보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일본은 크게 당혹해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1일 “오타 아키히로 국토교통상이 (미국 정부 방침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는 중”이라며 초지일관 강경 노선을 유지한 일본과는 분명한 엇박자라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미국 정부가 민간 항공사에 비행계획을 제출하도록 요청한 것은 아닌 것으로 외교 경로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방공식별구역(카디즈·KADIZ) 확대 등과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카디즈 확대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군 당국은 대북 억지력을 높이고 주변국과의 영유권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이달 하순 합동참모회의에서 해군이 보유한 이지스함(7600t급)을 3척에서 6척으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월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최종 결정했다고 아주주간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유성열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