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산부인과 분만사고 줄이려면
입력 2013-12-02 01:30
산부인과를 되살릴 묘수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산부인과 의사들이 허탈해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산부인과 의사들의 사기가 땅바닥까지 뚝 떨어졌다. 최근 들어 정부가 내놓는 의료정책마다 산부인과 진료에 활기를 불어넣기는커녕 되레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산부인과 쪽에 불리한 조항을 담은 채 시행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과 포괄수가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산부인과는 그러지 않아도 낮은 의료수가와 저출산 풍조에 따른 환자고객 감소, 전공의 수급 불균형 문제 등으로 인해 ‘불난 집’이나 다름없는 처지였다. 의료분쟁조정법과 포괄수가제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산부인과 의사들을 ‘잠정적 죄인’ 취급을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은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
통계적으로 볼 때 현재 분만 중 뜻밖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산모는 1만 명당 1.5명, 신생아는 1000명 당 3.3명 정도다. 뇌성마비 발생빈도는 신생아 1000명 당 2.7명꼴이다.
의학의 발달로 저체중 조산아(미숙아)의 발생률과 뇌성마비아의 생존율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런데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은 분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과실을 물을 수 없는 불가항력적 사고에도 일부 보상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이는 사회 통념과 어긋나는 것이다. 이땐 정부 측이 100% 보상하게끔 법을 고치는 게 맞다.
암을 제외한 자궁 및 난소 수술, 제왕절개 등 산부인과에서 담당하는 양성 질환의 진료수가체계를 일명 포괄수가제로 바꾼 것도 문제다. 포괄수가제란 일종의 정찰제 시스템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이 제도는 새 재료, 새 장비, 새 방법을 쓸수록 적자를 보는 제도다. 어떤 재료와 방법을 쓰든 관계없이 환자에게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 측은 적자를 보지 않기 위해 값비싼 신소재나 신의료기술보다는 값싼 재료와 치료법을 쓰기 십상이다. 그래야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된다.
의사는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옳다. 현행 포괄수가제는 의사가 수술 중에도 돈 걱정을 하게 만드는 제도다. 세계적으로 이런 제도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산부인과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전공의 지원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04년 211명이었던 산부인과 전공의는 올해 117명으로 50%나 감소했다. 이는 곧 전문의 배출 감소로 이어진다. 2014년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100명도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흡 대한산부인과 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