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비싼 올림픽이라는데… 소치 뒤흔드는 경고음… 물음표…

입력 2013-12-02 01:30 수정 2013-12-02 02:28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값비싼 올림픽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내년 2월 7일부터 23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소치 올림픽 준비 예산은 500억 달러(약 53조원)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그동안 가장 많은 예산을 썼던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420억 달러)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동계올림픽 중에서 가장 비싼 올림픽이었던 1998 나가노 올림픽(175억 달러)과도 비교가 안된다. 지난 2월 러시아의 드미트리 코작 부총리가 소치 올림픽까지 510억8000만 달러 예산이 쓰일 것이라고 밝혔으나 해외 언론은 525억 달러는 족히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유럽 언론은 600억 달러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2007년 소치가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됐을 때 러시아는 소요 예산을 120억 달러(약 14조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7년 사이에 4배 이상 치솟았다. 원래 올림픽 개최 비용이 유치 당시 편성된 예산 규모 보다 평균 2배가 드는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야당은 지난 6월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러시아 재벌들이 공사를 수주하면서 250억∼300억 달러를 횡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치 올림픽 예산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내부 부패 문제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동계 스포츠시설과 도로, 철도 등 인프라 확충, 그리고 각국 관람객을 수용하기 위한 호텔들을 전부 새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치 올림픽 시설은 크게 빙상 종목이 열리는 흑해 연안 해안 클러스터와 설상 및 썰매 종목이 개최되는 캅카스 산맥의 크라스나야 폴라냐 산악 클러스터로 나뉘어 건설됐다. 두 클러스터 사이 48㎞ 구간에는 도로와 철도로 연결돼 있는데, 이를 건설하는데만 60억 달러(7조원)가 투입됐다. 1m를 건설하는데 14만 달러(1억5000만원)가 든 셈이다.

게다가 소치는 그동안 동계올림픽이 개최됐던 지역들에 비해 훨씬 온난한 기후대에 위치하고 있다. 한겨울인 1월초에도 평균 기온이 5∼6도이며 해안가에는 야자수가 자랄 정도다. 그런데, 실내에서 열리는 빙상이야 소치 기후와 그다지 관계 없지만 산간 지대에서 열리는 설상 종목은 눈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도 캅카스 산맥 일대에 눈이 적게 내리면서 지난 2월 소치 올림픽 테스트 경기였던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월드컵이 눈 부족으로 잇따라 취소된 바 있다. 결국 소치 조직위는 눈 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45만㎥ 규모의 눈을 지하 창고에 보관하는 한편 제설기 수백여대를 준비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소치는 올림픽과 같은 대규모 스포츠행사를 유치하기에 입지조건이 부적합하다”면서 “러시아가 소치를 선택한 것이 화를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개막을 두 달여밖에 남겨두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준비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소치 곳곳의 도로에서 여전히 포장 작업이 진행 중이며, 아직도 여러 경기장에는 공사장 펜스가 그대로 세워져 있다. 결국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9일 소치를 둘러본 뒤 소치 조직위에 ‘새해 연휴 반납’을 지시했다. 러시아에서는 12월 31일부터 이듬해 1월 8일까지 새해 연휴가 이어진다.

유치 과정에 직접 뛰어들어 중추적인 역할을 한 푸틴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을 자신의 중요한 정치적 업적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동성애 반대법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지는데다 기반 시설 공정도 늦어지면서 대회 준비가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유럽 언론은 비싼 소치올림픽이 향후 러시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과거 8개 대회 개최국에서 대회 이후 성장률은 미국 애틀랜타(1996년)와 아직 자료가 없는 2012년의 런던을 제외한 6개 개최국 모두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올림픽 관련 투자는 공공사업이 핵심인데, 대회 이후 이용자가 감소하면 채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다. 유로존을 금융 위기에 몰아넣은 그리스 재정 파탄은 아테네 올림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설이다. 이 때문에 경제학자들은 ‘올림픽의 저주’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소치 역시 인구가 40만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여서 올림픽 이후 경기장 등 스포츠 시설들이 흉물스럽게 방치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UN환경계획이나 국제 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과 그린피스 등은 소치 올림픽 시설물 공사로 인한 환경파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끝으로 소치 올림픽과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올림픽 기간 중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선수와 관객들의 안전 문제다. 소치 인근 지역은 여전히 불안한 분쟁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체첸, 남오세티야공화국의 지배권을 놓고 전쟁까지 벌였던 그루지야와도 불과 몇 백 킬로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지난 7월 러시아 남부 체첸 반군 지도자 도쿠 우마로프는 북부 캅카스 지역 이슬람 무장단체들에게 소치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테러 공격을 감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우마로프는 체첸 반군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에서 올림픽을 ‘조상의 뼈 위에서 사탄의 춤을 추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우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치 올림픽을 방해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여러 차례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들과 관객들의 안전은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지역의 분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