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홍하상] 벨기에의 틈새산업 공략
입력 2013-12-02 01:34
벨기에는 오늘날 외국인이 가장 투자하고 싶어 하는 투자 매력도 세계 1위 국가다. 이처럼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가상 이자율 제도 때문이다. 가상 이자율 공제 제도란 기업의 고유자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조치로 고유자본 투자 시 가상 이자액을 과세 대상인 투자수익에서 공제해 주는 제도다. 가상 이자라는 용어를 도입한 것은 고유자본 투자자에게 해당되는 금액을 대출받았더라면 금리를 지불해야 했으나 실제로는 고유자본을 투자했기 때문에 가상적인 이자라고 한다. 이 제도로 인해 법인의 실제 소득 과세액이 낮아지고 결국 법인세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재 가상 이자율은 4.473%다.
2011년 벨기에에 들어온 해외 자본은 891억 달러인데 특히 전 세계 주요 제약사 140개 중 110개사가 벨기에에 투자할 정도로 벨기에 정부는 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벨기에는 지정학적으로 이동이 편리한 유럽의 중심국가여서 20년 전까지는 금융, 보험, 유통 등 대기업이 성장하다가 근래 들어서는 새로운 틈새산업에 진입,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벨기에는 그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솔바이 화학, 바스프 화학, 2차전지의 유미코아, 암 진단 치료기로 유명한 IBA, 철도 신호 시스템의 알스톰 에너지, 섬유 기계의 피카놀, 풍력 터빈 기어박스의 한센 트랜스미션, 인슐린 분야의 코수크라, 유산균의 갈락틱 등 세계 1, 2위를 다투는 중간재 생산 기업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가상 이자율 제도로 자본 몰려
또한 벨기에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이자 세계 최대 화학 클러스터인 안트워프 항구를 보유한 국가이며 화물 운송 순위로는 유럽 3위, 풍력·태양열 등 환경산업 수출로는 세계 4위 국가이고, 약품 개발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을 달린다. 플라스틱 가공산업 분야에서도 1인당 플라스틱 생산량 180㎏, 플라스틱 가공품 생산량 650㎏으로 그 분야 세계 1위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대체로 중소기업이 많으며 그 분야 틈새시장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벨기에는 아이디어가 뛰어난 제품들이 많다. 우선 잡초만 골라 뽑는 로봇. 채소를 기를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잡초의 번식이다. 그러나 사람이 일일이 하나씩 잡초를 제거하기에는 노동력과 시간이 많이 든다. 벨기에에서는 농작물 속에 자라는 잡초의 키 높이와 색깔을 센서를 통해 인식해 잡초만 제거하는 핵심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로봇 개발에 성공, 보급하고 있다.
주방용 세제 업체 에코버는 1980년대 초부터 설탕의 자연효모로 발효시켜 가정용 천연 세제를 생산해 왔다. 최근 이 회사는 가정용 세제의 용기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그것을 생산, 폐기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든다는 사실에 착안, 사탕수수로 폴리에틸렌을 생산해 그것으로 세제 용기를 만들고 있다. 비리닥시스사는 진딧물만을 골라 먹는 난쟁이 말벌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채소를 기를 때 각종 벌레와 진딧물로 인한 피해가 날로 커지면서 농민들은 지금까지 살충제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살충제는 인간의 몸에 해롭고 환경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뭔가 천연적인 방법이 없을까 연구하다가 그러한 말벌을 생산한 것이다.
아이디어 뛰어난 제품들 많아
벨기에는 물류산업 대국이다. 전 국토에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대기업 물류 창고가 많다. 그 물류 창고의 지붕에 태양열 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력도 생산하고 화석에너지로부터 생산되는 공해도 줄이는 2중의 목적을 가지고 전 물류 창고의 지붕에 설치해 나가고 있다. 벨기에는 5년 이내에 벨기에 전체 전기 사용량의 15%를 물류 창고 지붕에서 생산되는 태양열 전기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홍하상 (논픽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