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필교] 브랜드 시대, 나의 별칭은

입력 2013-12-02 01:34


두 달 전에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가 2013년 전 세계 주요 브랜드 가치 순위 100대 기업을 발표했다. 14년 동안 1위를 지켜 오던 ‘코카콜라’를 밀어내고 애플이 1위를 차지해 화제가 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지만, 그 변화는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기업이 가진 철학과 신념이다”라는 인터브랜드 회장의 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 기사를 읽으며 개인 브랜드 가치를 떠올려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15년 전, 삶의 방향을 나타내는 단어를 찾다가 순수 우리말인 ‘마중물’을 발견했다. 요즘은 그 뜻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때만 해도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물’인 마중물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마중물은 ‘내 인생의 최대치’를 살기 위해 내가 살아갈 방향을 나타내는 상징이란 확신이 들었다.

‘참신한 동기는 우리 안에 고여 있는 삶의 에너지를 끌어낸다. 생각을 전환하는 단서를 제공하거나 어떤 일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삶에 작은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은 이웃을 섬기는 또 하나의 사랑 표현이다.’ 나는 ‘마중물’이 가진 뜻이 마음에 꼭 들어서 내 별칭으로 삼고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이란 책을 통해 나에게 ‘개발자’란 강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키운다. 조그만 진보 하나 하나를 보여주는 신호를 알아보고 이러한 진보에서 만족을 얻는다”는 개발자 테마는 마중물과 썩 잘 어울렸다.

‘마중물’의 삶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자 내 삶의 방향이 좀 더 분명해졌다. 가치 있게 여기는 곳에 에너지를 모을 수 있었고, 좀 더 나답게 살게 되었다. 먼저 마중물이 되어준 많은 분들에 대한 감사가 내 삶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었다. 최근에는 ‘모든 사람이 마중물의 삶을 사는 세상’을 꿈꾸며 마중물운동을 하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브랜드 가치 또한 소중한 시대다. 브랜드 가치를 위해 자기계발을 하고,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며, 인맥을 쌓는 일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북소리에 귀 기울이며 ‘얼마나 나답게 살았는가?’하는 것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귀한 가치가 있다. 자신의 정체성이나 이미지, 삶의 방향을 담은 별칭은 브랜드 시대에 ‘또 하나의 나를 찾아가는 여행의 좋은 길잡이’다.

윤필교(기록문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