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종원] 지구온난화와 미국

입력 2013-12-02 01:37


지난 주말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캔자스주의 소떼라는 가설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기사가 떴다. 미국 과학아카데미 발표 논문을 인용하면서, 메탄이 지구온난화의 주 원인으로 간주되는 이산화탄소에 비하여 대기 온도를 높일 가능성이 21배나 크고, 실제로 미국의 소떼에서 발생하는 메탄량이 과거에 알려진 것보다 2배나 더 많다고 하니, 세계 제1의 메탄가스 배출국인 미국의 대표적 목우(牧牛)지역인 캔자스주의 소떼들이 메탄 발생의 주범이자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볼 수도 있다는 기사였다.

메탄의 대부분은 가축의 노폐물, 석유·가스의 정제 및 시추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미국 메탄가스 방출량의 4분의 1이 원유, 가스 시추지인 텍사스와 오클라호마, 그리고 목축지인 캔자스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소 1마리의 연간 메탄가스 방출량 50∼70㎏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할 때, 자동차 1대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 4700㎏의 3분의 1 정도를 배출하는 셈이니, 소목장이 밀집한 캔자스주는 소떼의 트림과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환경론자의 눈총을 다시 받게 되었다.

그럼에도 지구온난화에 대하여 보다 큰 책임을 갖고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미국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글로벌 대응에서 자국 산업 보호를 이유로 자못 소극적이다. 미국은 선진국 중심으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약속인 교토의정서 시행을 앞두고 2001년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바 있다. 오바마정부 출범 이후에는 과거 정부들과 달리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청정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온실가스 배출량에 제한을 두고 기업들 간 배출권의 매매를 허용하는 ‘배출권 거래제(cap-and-trade)’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는 등 신에너지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으나,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있다.

많은 다른 정책처럼 지구온난화에 대에서도 정당 간 입장차가 크다. 퓨(PEW)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미국민 전체로서는 67%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는데 견고한 증거가 있다고 믿고 있지만,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자들 84%, 공화당 지지자들 46%가 지구온난화가 확실히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있어 약 2배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또 인간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 지지자는 66%, 공화당 지지자는 24%만이 이에 동의하고 있어 정당 지지자 간에 엄청난 인식의 간극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당 내부는 공화당이 더 복잡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에서 강경파와 온건파 간에 크게 입장이 나누어져 있다. 즉, 지구온난화가 확실한 현상이라고 믿는가에 대하여 비(非) 티파티 멤버들의 61% 정도가 긍정적인 데 반하여, 당내 강경파인 티파티 멤버들은 25%만 그렇다고 믿고 있어, 지구온난화 자체에 대하여 상당히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인간활동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인가에 대해서도 32%의 비 티파티 멤버들이 긍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티파티 멤버들은 단지 9%만이 그렇다고 보고 있고, 게다가 지구온난화가 아예 없다고 보는 사람들도 티파티 멤버들이 일반 공화당 지지자보다 3배 이상이나 많아 커다란 간극을 보여준다.

이는 공화당 내부에서 최근에 티파티 지지자들이 오바마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정책들의 대표 반대집단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도 강한 반대자로서 당내 의견조율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당내 강경파의 영향력 때문에 공화당 내 온건파의 좁은 입지는 오바마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환경 및 에너지정책에서의 초당적 지지 확보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후변화협약과 지구온난화 공동 대응 노력에서의 미국의 전향적 역할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