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화학무기 바다에 폐기하자" 제안
입력 2013-11-30 00:26
미국이 시리아 화학무기를 바다에 폐기하는 방안을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 장소를 제공하려는 국가가 나타나지 않아 화학무기 처리장소 선정 작업이 표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AP통신은 28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해군 함상에서 시리아 화학무기를 해체해 공해에 폐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화학무기 해체 작업에는 미 해군 컨테이너함인 700피트(213m)짜리 MV 케이프레이호가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레이호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를 넘겨받아 지중해에서 여러 미국 전함의 호위를 받으면서 해체 작업을 거쳐 수중에 폐기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수용될 경우 물로 화학물질을 안전한 수준으로 희석시키는 선상의 ‘이동식 해체시설’을 이용해 화학무기를 해체하게 된다. 미 정부는 이 방안이 특정 국가 영토에 화학무기를 버리려 할 경우 나타날 외교, 환경, 안보 등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정부는 전 세계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바다를 활용해 왔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매장지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성지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을 수장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해외에서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을 때도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로 보내지 않고 해군 함정에서 심문한 뒤 일반 법정으로 보내고 있다.
이러한 방법이 검토되는 것은 “내 뒷마당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으로 시리아 화학무기를 받아주려는 국가가 없기 때문이다. 화학무기 폐기 경험이 있는 알바니아가 검토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자 알바니아에서 대규모 반대시위가 일어났고, 러시아·터키·요르단·노르웨이·벨기에 등도 장소 제공을 거부했다.
OPCW가 연말까지 시리아 화학무기를 제거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제안은 유력한 대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너선 랠리 미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시리아 화학무기 해체를 위한 대안적 방법을 논의 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테이너에 보관 중인 화학무기들을 안전하게 시리아 영토 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계획은 현재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재고를 확인하고 있는 OPCW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