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도 '메가 FTA' 급물살 탄다…한국 TPP '관심표명' 안팎
입력 2013-11-29 22:12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심 표명’은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TPP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점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심 끝 결단=TPP 협상에 참여하기 위해선 관심 표명, 예비 양자협의, 공식 참여선언, 공식 양자협의, 기존 참여국의 승인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긴 하지만 모든 참여국이 승인해야 참여가 가능하다.
따라서 ‘관심 표명’은 참여를 위한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도 29일 브리핑에서 “참여 조건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참여 선언을 보류하겠다”며 관심 표명이 곧 참여 선언이 아님을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관심 표명이 참여 선언으로 읽히는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깊이 고심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 주도의 TPP는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맞서는 성격이 짙어 정부로서는 쉽게 참여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다. 쌀과 쇠고기 등 농·축산품 추가 시장 개방에 대한 부담도 컸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정부는 애써 축소하려 하지만 TPP 통상절차를 공식화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큰 결정이다.
◇TPP 협상 속도 빨라=결정적 계기는 TPP 협상에 참여 중인 12개 나라 간의 협상 진전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12개국 TPP 협상대표가 유타주 솔트레이크에서 엿새간 열린 회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다음 달 7~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장관급회의에서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애초 내년에나 타결이 가능할 것 같다는 정부 예측과 다른 양상이 전개된 것이다.
정부는 어차피 참여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협상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다. 우 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업계에 이득이 클 것으로 판단했고, 지금이 협상 참여와 가입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최근 동북아에서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진 미·중 관계도 간접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TPP 참여를 요청해 왔다. 지난 17일 한·미 FTA 고위급 협의에서도 TPP 참여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FTA가 최우선”=TPP에는 일본이 참여하고 있어 우리가 참여 시 한·미·일의 경제 동반자적 관계가 더 강화된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가 추진되고 있기는 하지만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동북아에서 중국만 소외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우 실장은 “TPP는 최종 타결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한·중 FTA는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 “한·중 FTA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TPP 참여는 사실상의 한·일 FTA 체결로 볼 수 있다. TPP 협상에 참여하는 12개 나라 중 미국 페루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7개국은 이미 양자 FTA 또는 한·아세안 FTA가 체결돼 있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는 최근 FTA 협상을 재개했거나 곧 재개할 예정이다. 결국 TPP 참여는 일본, 멕시코 두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