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악재에도… ‘미국판 王실장’은 건재
입력 2013-11-29 18:2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 홈페이지 차질로 최대 위기에 처하자 백악관이 왜 이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는지에 이목이 쏠렸다. 담당 부처인 보건부의 캐서린 시벨리우스 장관은 물론 데니스 맥도너(43) 백악관 비서실장도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맥도너 실장은 지난 10월 1일 오바마케어 홈페이지 공식 개설 얼마 전까지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는 물론 공화당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그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중독으로 불리는 맥도너 실장이 국정의 모든 현안을 세부까지 챙기는 등 성실성이 입증된 데다 과거 비서실장들과 달리 공화당을 포함해 미 의회 인사들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해 온 것에 힘입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NYT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5명의 백악관 비서실장 가운데 맥도너가 오바마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복심(腹心) 중 복심’이라는 것이다.
비서실장은 주로 국내 현안을 챙기지만 외교정책 분야를 오랫동안 담당해 온 그는 사실상 오바마 행정부의 국정 모두에 관여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요한 정책을 최종 결정할 때 그 옆에는 항상 맥도너 실장만이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오바마의 신임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화학무기를 사용,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은 시리아 아사드 정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할 때이다. 지난 8월 45분간 두 사람만의 산책을 끝낸 뒤 대(對)시리아 군사 공격 여부를 의회가 결정토록 하겠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발표하자 다른 참모들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맥도너는 오랫동안 상원에서 의원 보좌관 생활을 했으며 비서실장이 되기 전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밑에서 부보좌관으로 일했다. 당시 그는 국방부 관리들과 충돌하고 국가안보정책에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들과도 자주 부딪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오랜 참모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그를 ‘호전적인 친구’라고 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존 포데스타는 ‘전사(warrior)’라고 불렀다. 하지만 최근에는 날카롭고 거친 부분이 무뎌졌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