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風은 만만찮다… 엔화 가치 6개월 만에 최저
입력 2013-11-29 17:55
엔화 약세가 심상치 않다. 달러화 대비 엔화가치는 6개월 만에 최저치(달러당 102엔대)로 떨어졌다. 1년 뒤에는 달러당 120엔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에 따라 원·엔 재정환율은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00엔당 1030원대로 내려앉았다. 원·엔 환율 하락이 고착화할 경우 국내 수출기업에 타격이 우려된다.
29일 오후 3시 현재 원·엔 재정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3.90원 내린 100엔당 1033.99원을 기록했다. 원화와 엔화는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각각 달러화 대비 가치로 비교(재정환율)한다. 이날 원화는 서울외환시장에서 전날 종가보다 3.3원 내린 달러당 1058.2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시간 엔화는 0.06엔 오른 102.33엔에 거래됐다. 원화가치는 오르고 엔화가치는 떨어져 원·엔 환율은 더욱 주저앉았다. 100엔당 1030원대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9월 12일(1027.47원)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말까지 달러당 98엔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 27일부터 102엔대로 진입했다. 이 같은 엔저 기조는 일본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는 최근 “엔화가치가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 아니다”고 말하는 등 추가 양적완화를 시사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엔화 약세가 계속돼 1년 뒤에는 110엔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9곳의 엔·달러 환율 12개월 전망치 평균은 110.89엔이다. 가장 높은 전망치는 120엔(모건스탠리), 최저치는 105엔(씨티)이었다. 국제금융센터 이상원 연구원은 “경제분석 기관들은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고 3년간 본원통화를 2배로 늘리겠다는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변동에 대한 국내 경제 민감도는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지만 엔화의 가파른 약세는 여전히 우리 수출기업에 부정적이다. 수출 주력인 전자·반도체·자동차는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품목인데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 시장에서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한국 제품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올해는 일본 기업들이 체력 회복을 위해 시장점유율 확대보다 채산성을 중시했지만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시장을 빼앗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