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TPP 참여국과 양자협상키로

입력 2013-11-29 17:52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심 표명’을 하고 기존 참여국과 예비 양자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TPP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상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참여 조건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가 먼저 TPP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기존 참여국과 예비 양자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그러나 “관심 표명이 TPP 참여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종 참여 여부는 참여국과의 사전 협의 결과와 분야별 심층 분석 결과, 의견 수렴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후 별도의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멕시코 베트남 페루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이 협상 중인 다자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TPP 참여를 놓고 신중한 입장을 지켜왔다.

정부가 TPP ‘관심 표명’으로 방향을 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최근 TPP 협상의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어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12개국 TPP 협상대표가 유타주 솔트레이크에서 엿새간 열린 회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말 안에 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다음 달 7∼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장관급회의에서 최종 타결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자 TPP 참여를 주장해 온 전문가를 중심으로 ‘때를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도 어차피 참여할 것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협상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찬성 측은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0년간 2.5∼2.6% 추가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또 나중에 참여하는 것보다 ‘창설 멤버’로서의 선점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한·미 FTA 고위급 협의에서도 TPP 참여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TPP 참여를 요청해 왔다.

정부가 확실하게 ‘참여’를 선언하지 못한 이유는 중국과의 관계 및 국내 제조업과 농수축산업의 피해 우려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TPP는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경제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대립하는 모양새다. 우리가 고민하는 기색 없이 TPP 참여를 결정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여러 차원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 가뜩이나 방공식별구역 등 안보문제로 한·중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TPP 참여에 반대하는 측은 “사실상의 한·일 FTA”라며 일본에 국내 시장을 개방했을 때 제조업이 입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쌀과 쇠고기 등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한 걱정도 제기된다.

권기석 김현길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