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대가 뜬다] 90년대 농구열풍 주역 문경은 “서태지 못잖았던 인기… 그 시절 떠올리면 큰 힘”

입력 2013-11-30 00:46 수정 2013-11-30 04:05

“서태지와 아이들 못잖은 인기를 누렸지요. 세월이 흘러 나이도 먹고, 살도 쪘지만 농구인생 고비 때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큰 힘이 됩니다.”

‘람보슈터’에서 한국 프로농구 최고의 감독 자리에 오른 SK 나이츠의 문경은(42) 감독은 요즘 들떠 있다.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2라운드를 1위로 마무리했고 최근엔 tvN 주말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깜짝 카메오로 출연해 향수에 흠뻑 빠졌다.

문 감독은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경기로 93년 농구대잔치를 꼽았다.

“그해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가 사상 처음 패권을 차지하면서 본격적인 농구 전성기가 열렸죠. 하지만 대학농구 돌풍은 91 농구대잔치에서부터 이미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그해 1월 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농구대잔치 2차 대회는 연세대 돌풍의 시작을 알린 한판이었습니다. 패기와 근성으로 무장한 우리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당시 기아자동차, 현대전자 등과 함께 실업 3강을 구축하던 삼성전자를 90대 85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졸업 후 94년 문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삼성전자 유니폼을 입었지만 허재(전주 KCC 감독)가 버티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고개를 숙였다. 97년 본격적으로 프로농구가 출범하면서 농구대잔치의 화려했던 전성기도 함께 저물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90년대 농구대잔치 중흥 세대들 중 처음으로 감독이 된 그는 ‘모래알 조직력’이라는 오명을 듣던 SK 나이츠를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문 감독은 SK 2군 감독을 거쳐 감독대행, 그리고 지난 시즌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이제 2년차 초임 감독이지만 선수들과의 화합을 중시하는 ‘형님 리더십’으로 SK의 고공비행을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준우승을 달성하며 또 한번 주위를 놀라게 했다.

연패를 당하지 않는 비결로 문 감독은 정신력과 팀워크를 꼽았다.

“정신력과 팀의 조직력이 강한 팀이 연패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농구 경기에서 ‘약속’만큼 중요한 게 또 있을까요. 약속대로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팀은 모래알이 됩니다.”

문 감독은 “농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명이 잘못하면 나머지 4명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시절 농구 중흥의 시발점이 됐던 문 감독은 이제 불혹을 훌쩍 넘긴 중견 감독으로 거듭나 농구 부활의 총대를 둘러메고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