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대가 뜬다] 스타PD 나영석·김태호… 예체능계 주름잡는 94학번
입력 2013-11-30 00:45 수정 2013-11-30 04:03
최근 예체능 분야에서도 94학번 세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선봉엔 1990년대 이후 20여년 만에 예능과 드라마 속에서 다시 불고 있는 ‘농구 열풍’이 있다. 최근 1994년을 소재로 한 케이블 채널 tvN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가 당시 연세대 농구팀을 둘러싼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방송가에 부는 ‘90년대 복고 바람’의 결과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영화 ‘건축학개론’과 tvN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90년대를 소재로 한 작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당시 인기 스포츠였던 농구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초 90년대 연세대 농구팀의 막내 뻘이었던 서장훈(39)이 은퇴하며 완전한 세대교체를 끝냈다. 이들 중 문경은·우지원(40) 등은 ‘응사’에 카메오로 출연해 직접 자신들의 20여년 전을 연기했다.
마흔 안팎이 된 당시의 주인공들은 요즘 대부분 지도자로 변신 제2의 전성기를 도모하고 있다. ‘응사’의 영원한 오빠 이상민(41)은 삼성 썬더스의 코치로 김동광 감독의 참모로 뛰고 있다. 94년 연세대 농구팀 주장을 맡았던 문경은은 서울 SK 감독 2년차로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으며 올 시즌 2라운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SBS ESPN 해설가로로 활약하고 있는 우지원은 KBS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의 연예인팀 코치로 등장해 강호동과 존박 등을 조련 중이다. 서장훈도 MBC ‘무한도전’과 ‘무릎팍도사’ 등에서 ‘예능공룡’ 캐릭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고려대 출신의 전희철(40)은 문경은 감독 밑에서 코치로 활약하고 있으며, 김병철(40)은 고양 오리온스의 추일승 감독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현역에서 은퇴한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신기성(38)은 최근 모교인 고려대 코치로 선임돼 올해 농구대잔치부터 박훈군, 강정수와 함께 이민형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최근 대중문화 분야에서 소위 ‘핫(Hot)’하다고 여겨지는 인물 중에도 94학번 세대가 많다. 1975년생 부근의 이들은 현재 30대 후반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0여년이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이 쌓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시청자들은 요즘 94학번의 감성을 느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1994년의 바람을 불러온 ‘응사’를 제작한 신원호(38) PD와 이우정(38) 작가는 모두 94학번이다. 이와 함께 올 한해 ‘꽃보다 할배’에 이어 ‘꽃보다 누나’로 흥행을 이미 예약한 나영석(37) PD, MBC 예능 ‘무한도전’의 김태호(38) PD도 94학번이다.
영화계에도 최근 94학번 세대의 입지가 굳어지고 있다. 올가을 900만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인 영화 ‘관상’의 한재림(38) 감독은 94학번으로 제주대 영문학과에 입학했다가 영화에 꿈을 품고 자퇴해 서울예대 영화과에서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색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고지전’의 장훈(38) 감독, ‘똥파리’의 양익준(38) 감독도 94학번 세대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영화 ‘26년’ ‘이웃사람’ 등의 원작자인 만화가 강풀(38)도 94학번으로 학교 총학생회장까지 역임했다고 알려졌다. 배우 중엔 한국예술종합대학 94학번으로 장동건(41), 이선균(38), 오만석(38) 등이 있다. 개그맨 김준호(38), 김병만(38)도 각각 KBS ‘개그콘서트’와 ‘1박2일’ ‘인간의 조건’, SBS ‘정글의 법칙’ 등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다.
윤중식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