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모성] 어머니… 당신을 통하여, 오늘도 지고하신 분을 뵙니다
입력 2013-11-29 17:03
“주님, 제가 어머니입니다.” 이 짤막한 한마디에 많은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란 단어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함축돼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실제로 자녀를 위해 어머니로 다시 태어난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은 문학적 표현이 아니다. 하나님의 창조 섭리다.
박목월의 시 ‘어머니의 언더라인’ 일부다. “유품으로는/그것뿐이다/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우리 어머니의 성경책/가난과 인내와/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파주의 잔디를 덮고/잠드셨다…가죽으로 장정된 모서리마다 헐어버린/말씀의 책/어머니가 그으신/붉은 언더라인은/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오늘은/이순의 아들을 깨우치고/당신을 통하여/지고하신 분을 뵙게 한다….”
요즘 자녀들은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만 불러도 콧등이 시큰할까. 보스, 여사님, 두목…. 아이들 휴대전화에 저장된 엄마들의 별명이다. 이것이 자녀들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씁쓸한 현실이다. 혹 아이의 건강과 정서 발달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아이의 영혼에는 무관심하지 않았는가. 2013년 겨울,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 시대 어머니들의 모습을 통해 자녀가 신뢰하는 ‘좋은 어머니 상’은 뭘까.
나는 엄마들의 아바타, 미니미
서울 목동에 사는 주부 김하영(47)씨는 요즘 교회 셀 모임에 나가는 게 꺼려진다. 중보기도 시간에 엄마들이 내놓는 기도제목이 ‘올해 수학·과학경시대회를 나가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준비를 잘하게 해주세요’ ‘영어학원을 옮기려고 레벨 테스트를 받는데 실력 발휘를 잘하게 해주세요’ ‘아이가 특목중에 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학원을 찾게 해주세요’ 등 아주 구체적이고 목표 지향적이라 자신의 기도제목이 초라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김씨가 ‘우리 아이들 건강하고 신앙심 깊게 잘 크게 해주세요’라는 기도제목을 말했을 때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들의 따가운 시선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순간 그는 ‘엄마 잘못 만난 우리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했다.
직장맘 조영인(51)씨는 최근 출석 교회를 경기도 성남시의 한 교회로 옮겼다. 이유는 이렇다. “거기는 동네가 좋아 교회학교 학생들 수준도 확실히 높아요. 집에서 조금 멀지만 아이 교육을 위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요. 청년·대학부로 가면 자연스레 괜찮은 짝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요.”
교회를 옮기는 엄마는 그래도 양호하다.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고 해서 아들 가진 엄마들이 남녀공학 배정을 꺼려 ‘남중’ ‘남고’ 근처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 교육에 있어 크리스천 맘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엄마되기, 힐링과 킬링 사이’의 저자 백소영 이화여대 교수는 “엄마들의 교육열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엄마를 통해 세상을 접하고, 자신을 평가하고, 삶을 계획하는 ‘엄마들의 아바타’ ‘엄마들의 미니미’가 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선맘’들
자녀들의 모든 스케줄을 꿰고 아이 주변을 계속 돌아다니는 엄마들을 일컬어 ‘헬리콥터맘’이라 부른다. 요즘은 헬리콥터맘 위에 뜨는 ‘모선(母船)맘’이 대세다. 우주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선은 정중앙에 떠서 소형 우주선들을 조종하고 통제한다. 모선맘은 자녀가 몇이든 상관없다. 스마트폰 하나로 통제 가능하다. 카톡으로 선생님들과 실시간 소통하고 인증샷을 올린다. 또 위치추적으로 아이들의 학업은 물론 친구 관리까지 손가락 하나로 확인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 아이들, 미니미나 아바타와 무엇이 다를까.
백 교수는 “자녀에게 자유를 허락하지 않고 일거수일투족을 컨트롤해서 언제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을 만나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치밀한 모선맘들이 놓치는 게 하나 있다”며 “바로 ‘내 아이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개체생명’이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어머니를 가만두지 않는다. 자녀들이 입시와 취업 등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엄마들은 열심히 뛰는데, 여전히 정보에서 소외될까 불안하다. 시험기간에 교회가 아닌 학원으로 자녀를 보내고, 기도모임보다 교육 방법을 가르치는 세미나에 크리스천 맘들이 몰리는 것은 그런 불안함 때문이다.
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 담당 이의수 목사는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해달라고 기도 부탁을 하면서도 막상 시험이나 수능 때가 되면 아이가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예배의 기회를 어머니가 막는다”며 “자녀에게서 믿음의 세계를 거둬들이는 순간 그 아이는 더 이상 믿음으로 자기 인생을 해석하지 못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마리아, 당신은 ‘성경적 어머니’
“주의 계집종이오니 주의 뜻대로 하옵소서.”(눅 1:38)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자신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큰 과업을 받았을 때 하나님 앞에 온전히 순종했다. 이 시대는 주의 마음으로 자식을 품는 마리아 같은 ‘순종형 어머니’가 필요하다. 좋은나무성품학교 이영숙 대표는 “스펙이나 세상의 자녀 양육 기준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마음이 우리의 양육 속에 나타나도록 기도해야 한다”며 “어머니는 하나님이 계획하신 목적과 뜻대로 자녀를 양육하게 해달라는 순종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삼상 1:10∼11), 디모데의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딤후 1:3∼5)는 자녀를 위해 눈물의 씨앗을 뿌린 ‘기도의 어머니’였다.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엡 6:4) 이는 말씀과 성령으로 자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천 맘들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한다. 자녀는 하나님께 맡기고 어떤 모습으로 아이 앞에 설 것인지.
하나님의 은혜 앞에 자녀가 머물 수 있도록 어머니는 안내자요, 영적 멘토여야 한다. 은혜와 안정된 신념을 갖고 허용과 통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포근한 어머니여야 한다. 사랑의 눈으로 자녀를 바라보고 격려해야 한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보다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을 가진,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고 약자를 위해 용기를 내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녀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자녀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헤아림이 필요하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