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래도 예산 심의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입력 2013-11-29 18:27

국회가 또 멈춰섰다. 민주당이 여당의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단독 처리에 반발해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9일 법안 심사를 위한 각종 상임위가 가동 중단되고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한 예결특위도 파행 운영됐다.

한심한 국회다. 정기국회 회기(100일) 중 90일 정도를 허비하다시피 한 정치권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국민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지난 총선과 대선 때 국민을 위한 국회,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겠다고 입이 닳도록 약속했던 정치인들은 모두 거짓말쟁이가 된 셈이다. 오죽했으면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국회 해산제도가 있다면 국회를 해산하고 다시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까지 말했을까.

정기국회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새해 예산안 처리다. 헌법에 12월 2일까지 처리하도록 규정해 놓은 것은 나라 살림살이 규모를 일찌감치 확정함으로써 차질 없는 집행을 준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법정기한을 넘기는 것은 연례행사가 돼 버렸고, 졸속 심의가 다반사다. 여야는 올해의 경우 다음달 16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예결특위가 헛돌고 있으니 부실 심의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국회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부실 심의에 그치지 않고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준예산을 짜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그런 최악의 경우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민주당에 당부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예산 심의만큼은 참여하는 게 옳다. 정의당의 심상정 원내대표가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해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예결특위에 참석한 것은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